[우리말 바루기] '-로서'와 '-로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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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와 '-로써'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독자들한테서 많이 받는다. 핵심을 얘기하자면, '-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고, '-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조사다.

아래의 용례들을 보자.

(1). 그는 책임자로서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 그것은 공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 이것은 회장으로서 마땅히 행사해야 하는 권한이다.

. 나로서는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2). 쌀로써 떡을 만든다.

. 우리는 굳은 신념과 용기로써 이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 글로써든 말로써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 톱으로써 나무를 자른다.

(1)에서 '로서'는 '책임자.공인의 신분으로/회장의 자격으로/나는'의 뜻을 나타낸다. (2)에서 '로써'는 '쌀을 원료로 해/신념과 용기를 가지고/글이나 말을 수단으로 해/톱을 도구로 삼아'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로써'는 '~을 써서'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을 써서, ~을 이용해'라는 뜻으로 풀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로서'와 '-로써'를 구분하면 쉽다.

바르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할 때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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