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세 가지 레이저 병용 치료 화상 흉터, 획기적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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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화상으로 치료받는 환자는 얼마나 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57만 명의 환자가 병원을 다녀갔다. 우리 국민 100명 중 1명꼴이다. 화상 환자는 사고 이후에도 흉터 때문에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다. 이 같은 화상 환자를 위한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왔다. 연세스타피부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레이저를 병용해 치료의 정확성과 피부 재생을 극대화한 화상 흉터 치료법을 최근 도입했다.

‘핀홀 멀티레이어(Pinhole Multi-Layer·사진)’로 불리는 이 치료는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프락셔널 레이저’로 화상 흉터의 표피를 정리한다. 다음으로 0.12㎛ 굵기(기존 레이저의 10분의 1 굵기)의 ‘뉴울트라펄스 앙코르 레이저’로 흉터 부위에 얇고 깊게 침투해 피부를 촘촘히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탄산가스(CO2) 레이저인 ‘뉴울트라펄스 앙코르 CO2 레이저’를 굵게 쏘아 두껍고 질긴 화상 흉터를 뚫는다. 피부 재생 공간을 확보해 엉키고 뭉친 콜라겐을 재배열하기 위한 목적이다.

핀홀 멀티레이어 치료법은 넓고 평평한 부위뿐 아니라 굴곡지거나 좁은 부위의 흉터도 치료한다. 길쭉한 자해 흉터, 외과수술 후 생긴 흉터, 쌍꺼풀 흉터, 수두 흉터 등 다양한 난치성 흉터와 한관종, 튼살 등 피부질환에 응용할 수 있다. 또 레이저의 조사 시간이 짧아 피부 손상도 최소화한다. 회복 기간도 빠르다.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은 “기존에는 화상 치료 후 일정 기간 재생 밴드를 붙였지만 멀티레이어 치료 후에는 바세린 정도만 바르고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홀 멀티레이어 기법은 2002년 연세스타피부과가 개발한 화상 치료법인 ‘핀홀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강력한 레이저로 딱딱해진 조직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뭉쳐 있던 콜라겐을 풀고 피부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다. 2006년부터 미국피부과학회(AAD), 유럽피부과학회(EADV) 등에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외 피부과 전문의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화상·흉터 심포지엄에서 ‘핀홀 4.0’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심한 화상을 입어 관절 조직까지 눌어붙은 화상환자도 핀홀 4.0의 치료법으로 큰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이번에 도입한 핀홀 멀티레이어 기법은 14년간 핀홀법을 연구하며 발전시켜 온 임상의 결과”라며 “단 한 차례 치료만으로도 눈에 띄는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치료 횟수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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