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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성장 3% … 환율 개입 계속 땐 아시아 금융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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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14면


“중국경제의 실제 성장률은 3%에 불과하다. 경기부양 수단이 위안화 절하밖에 없는 중국은 또 개입을 시도할 것이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애셔 바이털 벤처캐피털(VC) 선임투자자는 비관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아태지역 상임고문 자격으로 북핵 6자회담에 참여했던 그는 “한국은 감세를 통해 내수를 진작해 중국경제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며 “안보적으로도 중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리커창도 “중국 통계 못 믿는다” 말해


-중국의 성장률이 3%라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나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골드먼삭스와 몇몇 연구기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발언을 토대로 만든 통계 인덱스가 산출한 수치다. 리커창은 총리 취임 전 중국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스스로 말했다. 대신 전기 소비량, 화물 운송량, 대출 증가세를 본다고 했다. 과거엔 공식 성장률 통계와 리커창 지수가 함께 움직였는데 이젠 상관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수십 년 만에 최저인 데다 재고율 등 모든 통계가 최악이다. 최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줄었는데 산업생산은 줄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향후 두 분기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한국의 통계는 정확할 테니 중국이 발표한 7% 성장률은 거짓말인 게 분명하다.”


-한국경제가 중국에 너무 의존적이라면 대안은 뭔가.“한국경제는 너무 대기업 중심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38%, 법인세는 24%라고 알고 있다.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싶다면 이 세금들을 줄여 소비자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은 생산자 천국이다. 생산자 천국의 문제점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변기통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같이 빠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낮은 편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 얻은 교훈으로 잘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정 관리를 하는 것은 경제가 나빠졌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세금을 낮추고 재정을 풀어야 한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이제 대비책을 써야 한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더 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내부 위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지금 중국은 엄청나게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초조해진 태국이 하던 개입과 비슷하다. 실질실효환율로 따진 위안화는 굉장히 높게 평가돼 있다. 2011~2012년 대비 30%가 절상됐다. 중국의 오만한 통화정책 때문이다. 그들은 위안화를 달러보다 더 위력적인 통화로 만들고 싶어한다. 아시아에 인민폐(人民幣) 공영권을 만들려고 한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정책을 펴니 스스로 만든 정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최근 G20 회의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안 하겠다고 결의했는데, 나는 역으로 중국이 개입을 안 하겠다는 게 철강·알루미늄 등의 공산품 덤핑을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외환시장 개입을 안 하면 위안화는 25%쯤 떨어질 것이다.”


-중국이 덤핑을 한다는 증거가 있나.“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의 수출은 계속 줄고 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에만 급증했다. 덤핑을 하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에도 손해다. 포스코 같은 한국 기업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철강을 생산한다. 글로벌 무역체제에 편입되고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중국의 행태가 불쾌하다.”

아시아 기업 부채, 97년 위기 때의 40배


-중국이 오만하다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어떻게 보나.“중국이 (미국·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많은 돈을 빌리고 있으면서 또 다른 투자은행을 설립하다니 아이러니하다. AIIB는 중상주의(mercantilism)적 금융기구다. 중국의 정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고통을 낳고 있는데 그걸 이용해 보겠다는 거다. 중국은 미국을 아시아에서 몰아내고 헤게모니를 구축하려고 한다. 시장원리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거다. 중국이 외환시장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있는 건 주지하는 바다. 이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증시를 폭락시키는 등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엄청난 채무위기가 찾아올 거다. AIIB는 파산하는 회사의 부채를 사들여 헐값에 회사를 인수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 때 배운 교훈이 많고 개혁을 많이 해서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아시아 국가들의 재정상황은 좋은 편이다. 그러니 기업 부채를 들고 있는 쪽이 희생될 것이다. 미국의 뮤추얼 펀드, 유럽의 채권 펀드 등이 그렇다. 현재 아시아 신흥시장 기업의 부채는 97년 위기 때의 40배에 달한다. 은행 대출과 특별 대출을 제외한 규모이니 실제로는 더 클 것이다. 97년 외환위기는 글로벌 위기가 아니었다. 미국은 호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글로벌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 부채를 많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와 비슷할 거다. 25개의 그리스 사태가 동시에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도 현 글로벌 체제에서 얻을 게 많지 않나. “중국은 현 글로벌 체제를 이용하는 동시에 체제 몰락을 부추긴다. 글로벌리즘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국제법을 휴지 조각 취급하는 게 기분 나쁘다. 미국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5척의 함대를 미국 앞바다에 밀어 넣어도 가만히 있다. IS나 이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지만 북한 과학자들이 이란에 들락거린다고 한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했지만 북한이 이란 내에서 핵무기를 연구하고 만드는 건 협상 내용에 없다. 나는 중국인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중국이 자기 영토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남중국해에 인공섬 군사기지를 만든다면 계속 친구로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오바마 대통령은 뭘 해야 하나. 한국은?“군사적·경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나는 김정일의 사금고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을 직접 다뤘다. 핵심은 북한 돈세탁 여부보다 중국이 김정일의 계좌를 숨겨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 당국자는 우리 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북한처럼 비난하고 공격한 게 아니라 해결책을 모색했다. 중국은 우리가 밀어붙이면 우리의 힘을 존중한다. 한국이 중국에 계속 경제적으로 예속되면 존경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계속 무역할 수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 중국에 있는 한국 공장들은 수혜를 입을 것이다. 다만 너무 의존적이 돼서 어쩔 방법이 없는 신세가 되기 전에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역사 논쟁 접고 한·미·일 동맹 강화해야


-국무부에서 근무했는데 한·미 관계가 지금 어떻다고 보나.“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KN-08을 쏘는 데도 한국이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또 미국과 일본이 군사행동을 취하려 하는데 한국이 하지 말라고 한다면, 굉장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북한처럼) ICBM을 미국을 향해 실험하는 나라를 본 지 꽤 오래 됐다. 러시아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을 향해 ICBM 실험을 하지 않는다. 미국이 대응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해 미국이 대응하려고 하면 한국도 동참하길 바란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공격을 당하면 방어는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제만 하고 있으면 전쟁을 막을 수 없다. 특히 ICBM에 핵무기를 탑재하려는 세력은 인정할 수 없다.”


-미 정가에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한다.“우리 할아버지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웠다. 삼촌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고, 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다루며 한국을 위해 일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70년 전, 중국처럼 114년 전(청일전쟁)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일본이 자꾸 망언을 하는 것은 태평양전쟁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다. 향수에 젖어 바보 같은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아시아는 역사논쟁에서 헤어나야 한다. 가끔 2000년 전에 누가 더 강했냐는 얘기까지 한다. 미국은 그때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그 긴 역사 동안 중국의 영향하에 있었다. 이제 중국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고? 나 같으면 차라리 수천 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를 택하겠다.”


-한국이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아서 전략적 외교를 하는 것 아니겠나.“미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아닐지 몰라도 견고한 경제 동반자이고 군사안보적 동맹국이다. 한국을 지지하는 정도가 다르다. 한국 기업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도 다 미국으로 가서 팔린다. 한국의 가치는 중국식 공산주의가 아니다. 역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미·일 정상이 계속 만나서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중상주의·제국주의적 위협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나는 예측을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정책과 전략을 통해 중국도 바뀔 수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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