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100억들여 개발한 기술 중국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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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자동차변속기 검사 장비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소기업은 해당 기술 개발을 위해 10년간 110억원이나 투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0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강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강씨에게 도면 등을 보내준 전 직장동료 황모(57)씨 등 4명과 기술을 제공받은 중국업체 법인도 입건했다.

강씨는 지난해 경기 안산의 A중소기업에서 중국 B사로 이직하면서 A사가 개발한 자동차변속기 검사 장비 제작 기술 등이 담긴 자료를 외장하드에 담아 빼돌린 혐의다. 강씨는 2010년부터 A사 기술영업이사로 근무했다. 강씨는 연봉 2배 인상과 상하이 소재 아파트 제공 등의 조건을 제시받고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가 빼돌린 기술로 B사는 중국 내 자동차 제조회사 2곳과 30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3월 A사에 근무 중인 전 직장동료 황씨 등에게 최신 도면을 전달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사에 근무하기 전 20여 년간 국내 유명 자동차 제조회사에 근무했던 강씨는 A사에서 일할 때도 과거 동료 박모(55)씨 등 2명에게 변속기 제작 기술을 전달받아 중국으로 이직한 또 다른 강모(57)씨에게 유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별다른 대가 없이 친분을 이용해 기술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기술 유출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술 보안 환경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점검과 예방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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