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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합쳐 264세, 재즈계 전설 7번째 한국 무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재즈그룹 포플레이의 면면은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76), 그래미상 2회 수상. 드러머 하비 메이슨(68), 그래미상 1회 수상. 나단 이스트(60)는 마돈나ㆍ다프트 펑크 등 팝스타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베이시스트. 그리고 리 릿나워, 래리 칼튼을 거쳐 현재 세 번째 기타리스트인 척 롭(60).

이들이 1991년 첫 앨범 ‘포플레이(Fourplay)’를 냈을 때 사람들은 반짝 이벤트로 생각했다. 재즈신의 각 분야에서 네 뮤지션은 이미 스타였고, 그룹으로 뭉쳐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25년이 흘렀다. 포플레이는 이달 초 13번째 정규 앨범이자, 25주년 기념 앨범이기도 한 ‘실버(Silver)’를 내놨다. 내한 공연을 위해 방한한 포플레이를 8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우리는 힘들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순간, 신선하고 재밌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힘들면 관객도 힘들어집니다. 음악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요. 포플레이가 25년을 함께 한 비결이기도 합니다.”(밥 제임스)

각자 개성이 또렷한 뮤지션 넷이 한 팀으로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포플레이는 팝과 재즈를 한 데 엮은, 스무스 재즈 그룹 중 최고로 꼽힌다. 재즈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재즈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런 스무스 재즈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나 나올만한 음악이라는 비꼼이다.

“엘리베이터에서라도 우리 음악이 나오면 기쁜 일이죠. 슈퍼도 좋습니다. 대중에게 들려질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요. 묵고 있는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면 정말 신기할 것 같네요. 하하.”(밥 제임스)

새롭게 낸 앨범을 위해 포플레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6개월가량 작업했다고 했다. 개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기에, 멤버들이 포플레이의 음반 제작을 위해 쓰는 시간은 2~3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길다. 척 롭은 “이번 앨범의 경우 좀 더 각자의 색을 담아내기 위해 멤버들이 떨어져서 작업하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렸는데, 마지막 녹음하는 순간에 신기하게 포플레이의 사운드가 나왔다”고 말했다. 리더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세션이 따라가는 보통의 재즈 그룹과 다른 지점이다. 포플레이는 이름처럼, 각자 분야에서 최고인 네 뮤지션의 색깔이 한 데 버무려져 그들만의 음악을 만든다. 하비 메이슨은 “밥이 최근에 3악장짜리 협주곡을 작곡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것에 영감 받아 포플레이에서도 클래식을 재즈로 해석한 음악에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플레이는 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2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 행복한 대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벌써 7번째 내한이다. 대표적인 친한파 뮤지션 그룹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에 오면 록스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아요. 젊은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많이 보러 오는 게 신나고 좋습니다.” 한국의 매력을 물었더니, 네 명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앞다퉈 한 말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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