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움직이는 금리와 환율 섣불리 손댔다 역효과 생길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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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 11면

중국과 일본의 환율 정책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제품의 국제 판매가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도 외환시장에 개입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이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에 각종 변동을 일으키며 최종적으로 실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이 실물부문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단계별 과정을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라고 한다. 통화정책이 파급되는 경로는 크게 금리, 자산가격, 환율, 신용 등의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환율을 통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는 중앙은행이 국내외 금리 격차에 따른 환율 변동을 일으켜 소비?투자 등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국내 자산의 수익률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원화 가치 하락).


환율의 상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달러를 기준으로 책정된 수출품 가격이 낮아지고 원화로 표시한 수입품 가격이 올라간다. 이를 통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수입품의 가격 상승은 곧바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 가격은 변화가 없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 환율 변동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화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변화시켜 재무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부채가 많은 기업은 상환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증권 투자가 채권보다 주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환율 조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결과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오히려 금리 인하가 국내 주가의 상승을 유도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는 반대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섣불리 환율전쟁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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