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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한 컷 한 컷, 543개 추억과 함께 웃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울릉도 저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Jtravel 취재팀.

잔치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Jtravel 창간 2주년 사진공모전 심사도 흥겨웠고 신났습니다. Jtravel 제작팀 6명이 모여 하루 종일 독자 여러분의 사진과 사연을 들여다봤지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심사 분위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응모작이 543건이나 되었지요. 이 중에서 79건만 고르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잔치라는 게 본래 시끌벅적하고 흥청대야 맛이 나는 법이라지요.
 
올해 공모전에서 최연소 응모자는 열두 살 소녀였고, 최고령자는 일흔여섯 살 할아버지이었습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선물은, 역시 필리핀 세부 여행권이었고요. 올해도 선정 기준은 추억이었습니다. 아마추어가 찍었지만, 그래서 사진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사진에서 추억 한 자락 읽을 수 있으면 기쁜 마음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남자친구와 처음 떠난 해외 백 패킹의 추억, 아프리카로 떠난 은퇴 부부의 사연, 좌충우돌 유럽 배낭 여행의 경험, 전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난 맞벌이 부부의 즐거운 한때, 암을 이겨낸 뒤 다시 떠난 신혼여행의 감동, 지금은 웃으며 떠올리는 아이슬란드 조난의 기억, 해를 넘겼던 호주 자동차여행의 무용담까지….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Jtravel도 추억을 공유합니다. 사진은 지난 6월 Jtravel 취재팀이 울릉도로 워크숍 겸 취재를 갔을 때 모습입니다. 우리 팀이 저동 거리에 주저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요(저는 건너편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진 맨 오른쪽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울릉도 취재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 사진기자 안성식 선배입니다. 마지막 취재를 울릉도로 정한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미처 몰랐습니다. 안 선배가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네요. 새 사진 전문가여서 새를 주제로 중앙일보 week& 섹션에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지요. 마침 새 한 마리 허공을 지나갔던 걸까요? 안 선배에게 안부 전화라도 넣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소원했네요. 곁을 떠난 인연을 사진이 다시 불러주네요. 사진의 힘이겠지요.

편집장 손민호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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