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들 남겨두고 전역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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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성된 남북간 군사대치 상황과 관련해 육군과 해병대 간부와 병사들의 자진 전역 연기 신청이 늘고 있다. 전날 북한의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TV'에서 한국군과 국민들이 전쟁이 무서워 해외로 도망가고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육군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현재 육군 3사단 조민수(22), 안동국(22) 병장을 비롯해 3명의 간부와 50명의 병사들이 육군 인트라넷과 부대를 통해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25일 전역 예정인 조 병장은 "취업에 성공해 다음달부터 출근이 예정돼 있다"며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는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단 소총수인 안동국(22) 병장도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피와 땀으로 일군 선배 전우들에게 늘 빚진 마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 전역 연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취업이나 전역후 여행을 미룬채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다.

3사단을 포함해 전방지역의 전역 연기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15사단 일반전초에서 대대 부분대장 임무를 수행중인 강범석(22), 조기현(23) 병장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지켜보면서 적에게 강한 분오를 갖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부대원을 위해 몸을 던진 전우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느껴 상황이 종료될때까지 부대에 남기로 했다.

병사들 외에도 7사단 정비대대의 계현국 하사(22)와 12사단 방공대대 김진철 중사(30), 26사단 방공대대 윤지민 중사(24)도 전역을 미뤘다.
24일 전역 예정이었던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소속 장우민 병장(23) 역시 일주일 동안 부대에 남기로 했다. 전역신고까지 마친 장 병장은 "해병은 적지에 전우를 두고 오지 않는다"는 전통을 몸소 실천하고 싶었다"며 "전우들과 함께 위중한 지금의 상황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대들은 전역 연기 신청을 승인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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