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서양은 '둘 중 하나' 동전 던지기 … 동양선 상대와 화합 가위바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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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이어령 지음, 허숙 옮김
마로니에북스, 456쪽
1만5000원

승부나 논쟁에서 결말이 나지 않을 때, 서구 사회에서는 동전 던지기를 한다. 동전을 공중에 던져 올려 나온 면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 앞면이 승리라면 뒷면은 패배, 뒷면이 승리라면 앞면은 패배다. 이와 달리 동양에는 가위바위보가 있다. 가위바위보의 강약 관계에 따라 승패 혹은 무승부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동전 던지기와 가위바위보는 동서양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전 던지기가 서양의 개인주의와 양자 택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 가위바위보는 동양의 관계성과 복합성을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먼저, 혼자 할 수 있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는 꼭 상대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내는 손만으로는 가위·바위·보 중 어떤 것이 승리인지 패배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위바위보는 상대에 따라 게임 진행도 달라진다. 상대가 어떤 손을 낼 것인가에 대한 계산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쌍방의 선택이 연관성이 없는 동전 던지기와 크게 다르다. 승패가 결정나지 않는 화합의 지점, 무승부가 있다는 것도 앞뒤 면을 제외하고 중간지대가 없는 동전 던지기와 다른 점이다.

 이 책은 일본 신초샤에서 2005년 간행된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ジャンケン文明論)』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일본에서 출간 당시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유력 신문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가위바위보를 통해 동서양 역사와 문화를 해석하는 한편, 앞으로는 가위바위보 코드를 바탕으로 한·중·일이 상생과 순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의 관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없으니 삼국이 협력과 보완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동양을 넘어 서양과의 대립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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