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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팔아 재정난 피하려다 … 이자 721억 날린 인천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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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12년 9월 7일 인천시청.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과 김해준 교보증권 컨소시엄 대표가 손을 마주잡았다. 이날 인천시는 소유하고 있던 송도 6·8공구 3개 필지 34만7000㎡를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8520억원을 받고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토지리턴제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토지 매수자가 원할 경우 매도인이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고 땅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매수자가 매매를 취소해도 계약금을 떼이지 않고 원금은 물론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율로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 매수자에게 유리한 계약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인천시는 공무원 월급 등 4400억원을 은행에 차압당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앞두고 있어 불리한 조건임에도 부지 매각을 감행했다.

 3년 뒤 인천시는 송도 6·8공구 부지를 다시 사들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교보증권 컨소시엄이 아파트를 건설할 A3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필지 22만5000㎡에 대해 리턴권을 행사하면서다. 컨소시엄 측은 부지 내 아파트 가구수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다음달 7일까지 2개 필지 땅값 5179억원과 이자 721억원 등 5900억원을 돌려줘야 하게 됐다.

 교보증권 컨소시엄이 리턴권을 행사하면서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가 2012년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추진했던 3개 사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미 지난해 8월 청라 A12블록(8만2896㎡)과 영종 A27블록(9만170㎡) 사업자가 잇따라 리턴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매수자에게 물어준 돈만 2415억원(이자 192억원 )과 1884억원(이자 127억원)에 달했다.

 인천시는 이번에 리턴권이 행사된 토지를 인천도시공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용철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은 “ 도시계획을 변경해 사업성을 높인 뒤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인천도시공사도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돌려막기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땅을 팔아 부채를 줄이려다 오히려 시 재정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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