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 논란” 정치권 로스쿨 개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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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의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로스쿨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은 19일 “올해 시행 7년째를 맞고 있는 로스쿨 제도는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불투명한 입학 전형으로 ‘음서제(고려·조선 시대에 고위관료 자손의 경우 과거를 거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 논란을 낳고 있다”며 사법시험(사시)을 존치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선 비슷한 법안 5건이 발의된 상태다.

 특히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채용과,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 딸의 대기업 변호사 취업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면서 ‘로스쿨 개혁론’은 힘을 받고 있다. 두 의원의 아들과 딸이 로스쿨 졸업생으로 알려지면서다. 사시 존치 법안을 발의한 검사 출신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최근 불거진 사태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로스쿨 출신자들의 임용과 관련해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거 사시로만 법조인을 배출할 땐 성적이 모두 드러나 의심 살 일이 없었다”며 “그러나 로스쿨 제도하에선 어떤 과정을 통해 판검사가 되고, 변호사로 취업되는지 알 수 없으니 특혜가 있다는 곱잖은 시선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 비율의 법조인들의 경우 사시를 통해 뽑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로스쿨과 사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나타난다”며 “둘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도가 결국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로스쿨 법안에 찬성했던 김무성 대표도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사시 존치에 힘을 실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날 법안을 발의한 조 의원 외에 법조인 출신의 박주선·김관영 의원과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 등이 사시 존치를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이 17대 국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 간 정치적 ‘주고받기’의 산물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법관 출신의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2007년 야당과 여당은 각각 지키고 싶어 한 사학법과 로스쿨법을 주고받았다”며 “정략적 합의의 결과”라고 했다. 홍 의원은 “국민이 로스쿨 출신의 부유층·권력층 자녀들이 손쉽게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 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사시 존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사시 존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사안으로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협의회, 법학교수 등 사회 각계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법무부 입장을 신속히 정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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