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명숙 사건 늑장판결 이유부터 해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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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법원이 오늘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한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금품 전달자의 진술에 의혹을 제기하며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한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엇갈린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심 판결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대법원의 주장처럼 ‘복잡한 쟁점’들에 대해 어떤 법적 논리로 국민에게 설명을 할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대법원의 해명과 달리 대표적인 늑장판결로 법원사에 남게 됐다. 검찰 기소 이후 5년1개월 만에, 항소심 판결 이후 2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담당 재판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판결 지연에 비판 여론이 일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있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보내는 이례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사법부의 판단이 늘어지면서 2012년 4월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48개월의 임기 중 40개월을 채우고 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法諺)에 딱 들어맞는 부끄러운 사례나 다름없다. 통상의 형사 사건이라 해도 쟁점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처럼 장시간 고심했을까. 대법원은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때도 3년 가까이 판결을 내리지 않아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최고 재판소마저 정치적 사건에 미적거리면서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대법원이 자신들의 숙원인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한 의원 사건의 최종 선고를 미룬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야당 의원들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최하위그룹에 포함된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대법원은 오늘 판결에 앞서 왜 한 의원 사건에 대한 판단을 2년 동안이나 미뤄 왔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