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차 포르셰, 포스코 강판 쓴다 “고급화가 살 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철강은 ‘대한민국 경제 기적 70년’의 주역이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처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래도 길은 있다. 이 땅에 철강업의 역사를 시작했던 포스코가 그 길을 열고 있다. 권오준(65) 포스코 회장은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제철 원조 국가’의 유력 철강사들이 포스코의 ‘신(新)제조공법’ 수입을 타진해 왔다”며 “성사된다면 포스코의 47년 역사를 새로 쓰는 셈”이라고 17일 밝혔다. 맨손에서 모방 전략을 통해 성장해 온 철강 산업이 ‘기술 수출’로 대반전(大反轉)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철은 자동차·건설 등에 필수인 ‘산업의 뼈대’다. 하지만 일본만 해도 과거 수십 년간 철강 경기가 요동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제대로 못했다. 반면 포스코는 ‘세계 최초’ 기술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표 기술이 ‘파이넥스(FINEX)’ 공법이다. 철광석·유연탄의 사전 처리 과정을 없애고 고로에 바로 넣어 그대로 쇳물을 뽑아낸다. 기존 용광로 공법보다 쇳물 제조 원가를 15% 넘게 줄일 수 있다. 세계 유력 철강사들이 군침을 삼키는 이유다. 독일 포르셰 자동차의 지붕 재료로 쓰이는 마그네슘강도 포스코의 기술력이 응집된 제품이다.

그러나 중국의 ‘물량 전술’이 문제다. 중국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9%에 이른다. 포스코 등 한국 업체들은 2010년 이후 4%대 점유율을 맴돌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한국 철강업체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 번 더 치고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못 살렸다”며 “마그네슘강·망간강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성장엔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장웅성 박사는 “정부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철강업의 장기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황의영·김기환·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