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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맞아 열린 삽살개들의 퍼포먼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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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 박사리 삽살개육종연구소 운동장. 털이 수북하게 난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삽살개 70마리가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우르르 나타났다. 그리고 '멍멍' 큰소리로 짖으면서 운동장을 한참동안 내달렸다.

지난 15일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경북 경산시 부근. 고속도로 좌측 언덕에 '경산의 삽살개'라고 쓰인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가로 20m, 세로 30m 크기의 초대형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태극기 옆엔 안중근 의사의 장인(掌印)을 흉내 낸 삽살개 발바닥이 꼭 찍혀 있었다. '대한국견(大韓國犬)'이라고 쓰인 글자도 눈에 띄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삽살개재단이 마련한 멍멍이들의 광복 퍼포먼스다. 삽살개들에게 광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이전만 해도 온몸에 털이 수북한 삽살개는 동네 골목에서 흔히 보였다. 삽살개가 아니라 '삽사리', '쌉싸리', '털실이' 등으로 불렸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부터 45년 사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일본군이 삽살개를 잡아다가 방한복으로 만들면서다. 35년간 학살된 삽살개만 1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소연 한국삽살개재단 담당은 "삽살개들의 이런 아픔을 계속 알릴 예정"이라며 "10월엔 초·중·고교생들을 모아 삽살개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를 열고, 연말까지 삽살개를 진돗개처럼 보호하고 지키는 토종개보호육성법 확대·개정 사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3000여 마리가 남아있는 삽살개는 나라 지킴이견으로 활약 중이다. 독도지킴이견으로 독도경비대원들과 17년째 독도를 지키고 있고, 국내 주요 사찰 20여 곳에 20마리의 삽살개가 경비견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 설명>
1.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운동장을 내달리고 있는 삽살개들.
2.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운동장을 내달리고 있는 삽살개들.
3. 경북 경산시 고속도로 인근에 나붙은 초대형 삽살개 태극기.
4. 연구소 전경
5. 삽살개 태극기

[사진 한국삽살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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