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톈진 폭발이 가져온 3가지 재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밤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시 빈하이(濱海)신구 탕구(塘沽)항 대형 폭발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 외에도 환경 오염과 기업 피해, 물류 대란이라는 3개 재앙을 가져왔다.

14일 오후 3시 현재 사망자는 50명으로 늘었고 701명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부상자 중 71명이 중상자로 확인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사망자 중 소방대원이 17명이고 실종자도 많아 중국 역대 최악의 소방관 참사로 기록됐다.

이번 폭발로 심각한 환경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물류회사 루이하이(瑞海)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700여t의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이 이번 폭발로 모두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톈진시 환경보호과학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이 창고에는 시안화나트륨 외에도 폴리우레탄 원료인 톨루엔 디소시아네이트(TDI)와 천연가스, 염화수소 등이 적재돼 있었다.

중국 당국이 13일 214명으로 구성된 베이징 군구 산하 '국가급 생화학부대'를 구조 현장에 투입한 것도 이 같은 유독 화학물질 배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생화학부대 투입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 폭발현장에 접근한 관영 중앙(CC)TV 기자는 13일 "3분 정도 사고 현장 부근에 서 있었는데 피부가 가렵고 아팠다"고 말했다. 유독 물질이 공기 중에 남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환경 당국과 전문가들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환경 전문가인 펑인광(馮銀廣) 톈진 난카이(南開) 대학 교수는 14일 "시내 17개 지점에서 환경 오염 및 유독 물질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모두 정상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는 아직 폭발하지 않은 화학품이 있어 추가 조사를 해야 하며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등 글로벌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이번 폭발로 야적장이 불에 타면서 현대 기아 자동차는 에쿠스와 제네지스·K9 등 4000여 대의 차량이 불에 타 1600여 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다만 현대는 이번 피해의 보험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르노는 1500대가 파괴돼 최소 1억2000만 위안(약 218억원)의 손해를 봤고 폴크스바겐도 2750대가 불에 타 1000여 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빈하이신구는 총 면적이 40㎢에 달하며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LG 화학·금호타이어 등 한국 기업 100여 개가 입주해 있다. 또 다른 외국계 기업도 모토롤라·코카콜라·에어버스 등 4500여 개에 달해 이들의 크고 작은 피해를 합하면 수 조원대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동북아 최대 항구인 톈진 항의 부두가 대부분 봉쇄되면서 동북아 물류 대란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고는 수출 부진과 경기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 톈진항은 철광석과 석유·자동차 등 연간 5억 4000만 메트릭톤(MT)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톈진항을 이용해 철광석을 선적하는 호주 최대 광업회사인 BHP 빌리턴은 폭발지점 부근 항구에서 작업을 이틀째 중단했다. 회사 측은 선박을 접안하는 선석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관이 폭발피해로 업무중단 상태에 있어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4일 "앞으로 당분간 텐진항을 이용하는 중국 북부와 북서부 경제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