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흘 연속 위안화 가치를 대폭 끌어내린 여파로 한국의 부도 위험지수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위안화 절하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된 데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위안화 절하에 따른 영향은 복합적”이라며 “환율과 같은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이 큰 중국이 환율 산정 방식을 바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통화가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며 “(한국의) 수출경쟁력과 자본유출 측면에서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상당히 복합적인 만큼 앞으로 진전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당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1.11% 낮춘 6.4010 위안으로 고시했다. 11일부터 사흘 연속 중국 위안화 가치는 4.59% 하락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부도위험지수가 급격히 올라갔다.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3일 기준 63.10bp(1bp=0.01%)를 기록해 올해 2월12일(63.96bp)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다.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시작 이전인 10일(55.50bp)보다 13.7% 급등했다. 아시아 16개 주요국 중 태국(20.6%)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파장이 커지자 한은은 이날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국제금융시장 변화와 금리, 환율과 같은 국내 금융시장 움직임을 점검했다. 기획재정부도 같은날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시장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총재는 “환율의 변동 폭이나 속도가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의깊게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연 1.50%로 동결했다. 위안화 변수에 당장 대응하기보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그간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지켜볼 시기라고 금통위원은 뜻을 모았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