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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중국 가야 … 미·중 정상 한반도 논의 요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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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의 9·3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이홍구(전 국무총리) 중앙일보 고문이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데 따른 질문이었다. 그러나 참석자 가운데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통일외교의 입지를 확보하려면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이홍구 고문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일제에 항거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기여한 만큼 참석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전제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참석 전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달 중순 미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도 “내년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중국에서 열려 미·중이 근래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이 이런 상황을 활용해 입지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덕구(전 산자부 장관)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중·일 대화’ 카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늦어도 올 하반기 안에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서울에 초청해 3국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정체성 갈등 때문에 만남을 꺼려온 중·일 정상을 한자리에 모을 능력은 한국만이 갖고 있는 만큼 조속히 3국 정상회담을 주선해 ‘위치 권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우리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가치 창출 외교’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남북이 단순히 분단됐기에 통일돼야 한다는 건 우리만의 논리”라며 “국제사회가 남북 통일에 공감하려면 통일한국이 지구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느냐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한국이 지구촌에 인식시킨 국가 가치는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부유해진 나라’ 정도”라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려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크다”고 했다.

 이홍구 고문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통일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가치로 ‘동양평화론’을 제시했다. 그는 “일제에 항거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늘 동양평화를 같이 주장했다. 조선이 해방돼야 아시아의 평화도 가능하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였다”며 “남북 분단으로 한반도가 불안하면 동북아 평화도 무너져 미국·중국이 손해를 본다는 걸 이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중앙일보 고문은 석학 자크 아탈리의 예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탈리는 한국이 2025년까지 국민총생산이 2배 늘며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는 “하지만 아탈리는 한국이 북한의 정권 붕괴나 무력도발이란 2개의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통일의 기치를 너무 앞세우면 힘의 논리가 득세할 수 있다. 통일을 성급히 밀어붙이기보다 상호 존중의 열린 자세로 분단 70년의 왜곡과 퇴행을 바로잡고 통일의 토양을 조성해 가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고수석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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