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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랑스러운 수색대원 8인, 한심한 NSC와 군 수뇌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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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군의 지뢰 도발사건 당시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우리 군 장병들의 투철한 군인정신이 국민을 든든하게 한다. 북한의 비열한 테러에 분노하고 젊은 병사들이 크게 다친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불굴의 감투정신과 빛나는 전우애를 발휘한 우리 수색대원들이 너무도 믿음직하고 자랑스럽다. 중상을 입은 김모(23)·하모(21) 하사는 물론 소대장 문시준(24) 소위와 박선일(45) 주임원사, 수색정찰팀장 정교성(27) 중사, 이형민(21) 하사, 최유성(22) 병장, 박준호(21) 상병 등 수색대원 8인은 모두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하 하사가 수술을 받고 깨어난 뒤 처음 한 말은 “다른 팀원은 괜찮으냐”는 것이었다. 김 하사 역시 중상을 입었지만 자신의 상태보다 하 하사의 안위부터 물었다. 그는 폭발 당시 본인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하 하사가 의식을 잃을까 봐 “정신 차리라”고 계속 독려했다고 한다. 정 중사는 폭발 즉시 부대원들에게 흩어져 대열을 갖추라고 명령한 뒤 또 다른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당한 전우에게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다. 이후 18분 만에 침착한 후송을 마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김 하사는 병원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강경대응을 하는 건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성숙한 판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장병들의 이처럼 용감하고 현명한 행동에 비해 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대응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NSC는 사건 발생 나흘 뒤인 8일에야 ‘뒷북회의’를 가져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쳤다. 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지만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청와대에 보고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다. 군 수뇌부 역시 국민의 뇌리에 먼저 떠오르는 건 군납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다.

 대한민국이 지켜지고 있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NSC나 군 수뇌부가 아니라 수색대원 8인 같은 용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장병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