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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국발 ‘환율 전쟁’ 전운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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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국이 작심하고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1.86%)으로 내린 데 이어 어제 또 1.62%를 추가 절하했다. 위안화 가치는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선택한 이유는 자명하다.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지만 좀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일회성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다. 언제 또 돌발적인 추가 조치를 내놓을지 모른다.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아서는 안 된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양날의 칼이다. 약발이 들어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세계 경기가 같이 부양되는 긍정 효과가 있다. 반면 환율 전쟁만 촉발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세계 경제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가라앉을 수 있다. 시장은 일단 신흥국 불안과 원자재 값 하락이라는 부정적 측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장 큰 우려는 신흥국발 위험의 강도와 범위다. 아시아 주요 통화와 주식시장은 이미 충격을 받았다. 엔화를 비롯, 바트화·싱가포르달러·필리핀 페소화 가치가 줄줄이 떨어졌다. 일본·홍콩·대만 주가지수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실물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값이 오르고 원유 값은 떨어졌다. 경기가 얼마나 부진하면 중국이 환율 카드를 꺼냈겠느냐는 것이다. 관건은 위안화 평가절하의 속도와 폭이다. 중국이 큰 폭의 절하를 강행하면 세계 시장의 충격도 크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2~3%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절하는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는 큰 암초다. 엔저와 유로화 절하에 이어 3대 주요 통화의 협공을 받게 된 셈이다. 당장 원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틀 새 27.6원이 떨어져 3년10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5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 급락의 가장 큰 이유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때문이란 점에서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 중국 증시 불안 등이 겹치면서 슬슬 우리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 절하를 빌미로 일제히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하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국 수출이 살아나면 한국의 자본재·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5%인 우리로선 타격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부쩍 실력을 키운 중국 기업이 위안화 절하까지 등에 업고 달려들면 세계 시장 곳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위안화 절하는 이제 시작이다. 위안화 쓰나미의 폭과 강도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예측을 통해 대응능력을 높여 우리 경제가 엉뚱한 화를 입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