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걸리던 펀드가입 절차 30분으로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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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부터 한 시간 걸리던 펀드 가입 절차가 30분으로 단축된다. 투자자 서명과 덧쓰기 같은 형식적인 절차를 확 줄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런 내용의 금융투자상품 투자권유절차 간소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 창구에서 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서명횟수를 평균 17회에서 4회로 줄인다. ‘이 상품의 구조를 이해했습니다’와 같은 흐릿한 글씨 위에 자필로 다시 쓰는 덧쓰기도 100자에서 10자 이내로 단순화한다.

금감원이 이런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현재의 복잡한 투자권유 절차가 투자자 보호보다는 금융회사의 책임 회피에 쓰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권유절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피해 사태를 계기로 강해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 직원에 상품 설명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만 늘어 투자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도식적인 취약투자자 기준도 바꾼다. 지금은 개별투자자의 지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65세 이상이나 은퇴자, 주부는 무조건 취약금융 소비자로 분류해 설명을 길게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제 투자자의 금융 이해도에 따라 차별화된 투자 설명을 해야 한다. 상품 난이도에 따라 탄력적인 설명을 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수시입출금·국공채처럼 저위험 상품이나 상장증권 같은 단순 구조 상품은 짧게 설명해도 된다. 반면 펀드·주가연계증권(ELS)·파생상품을 비롯해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조국환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금융회사의 면피성 서류는 줄어드는 대신 설명 책임이 커져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증권사 창구에 적용한 뒤 향후 은행·보험사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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