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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DMZ서 ‘제2 미루나무 제거’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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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군이 ‘제2의 미루나무 제거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군 고위 당국자가 11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 안에 우거진 수풀을 제거해 경계병들의 관측 시계(視界)를 확보하기로 했다”며 “북한군의 움직임을 보다 정밀하게 관측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DMZ는 6·25전쟁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식물의 생장 속도가 빨라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며 “전방관측소(OP)나 전방감시초소(GP)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상당수 있어 일부 초목을 제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작전 도중 북한군의 기습 공격이 있을 수도 있고, 연합사령부 측과 협의가 필요한 곳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방 부대들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어디를, 얼마나 벌목해야 할지 조사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군 당국은 사단별로 평균 1000그루 이상을 벌목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대북 감시용 장비 보급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최근 최신형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보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감시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긴급예산 90여억원을 들여 고정식과 이동식 감시장비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한 뒤 “이번 사건으로 우리 군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루나무 제거 작전=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의 미루나무 가지를 제거하려다 북한이 ‘도끼만행 사건’을 일으키자 미루나무를 절단한 작전. 독수리작전으로 명명된 이 작전을 위해 미국은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를 급파하고 전쟁에 대비했다. 앞서 미군들은 높이 15m의 미루나무가 관측에 방해되자 가지를 제거하려 했고 이를 막던 북한군이 도끼로 기습공격을 해 보니파스 대위 등 미군 2명이 살해됐다.

 ◆박 대통령 “대북 압박·대화 병행”=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해 “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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