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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스] 한강진길, 빨간 벽돌집 옛 골목 사이사이 아주 특별한 작은 가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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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경리단길 이어 뜨는 트렌드세터의 거리

빨간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2~3층 주택 건물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자리잡은 한강진길의 풍경. 오래된 동네 골목길의 운치와 트렌디한 작은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사람들은 트렌디한 음식과 놀 거리를 찾아 이태원 경리단길로 모여들었다. 대기업이 점령한 가로수길과 홍대앞, 중국 관광객 거리가 된 삼청동길을 떠나 새로 찾은 장소였다. 하지만 이젠 경리단길도 포화상태다. 이번엔 이태원의 동쪽 한강진역 근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래된 주택가의 운치와 통통 튀는 개성 만점의 세련된 가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이곳만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 한남동 ‘한강진길’이다.

소박함과 세련미 공존하는 이태원 외곽 뒷길
패션·인테리어숍 뜨며 개성만점 카페도 늘어
“분위기 해치는 술집 안 들여” 건물주도 한몫

유명 향수 브랜드 ‘조 말론’이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은 그곳이 어디일지 궁금해했다. 백화점 외에 처음 생기는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조 말론 매장이 들어선 곳은 한남동 한강진역 인근. 같은 달 조 말론 건너편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오픈했다.

이뿐 아니다. 유명 프랑스 화장품 ‘꼬달리’는 그 근처인 부자피자 골목에 올해 2층 규모의 스파를 오픈하기로 했다. 가로수길의 유명 화장품 편집숍 ‘델포트’도 근처에 매장 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트렌드에 밝은 이들의 ‘핫(hot) 플레이스’가 된 한강진길의 중심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뒤편 골목이다. 제일기획에서부터 리움 미술관 길 건너편까지 이어지는 대로 안쪽 약 400m 거리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이태원로42길과 54길, 대사관로5길이다. 주민과 상인들은 이곳을 한강진역과 가깝다고 해 ‘한강진길’로 부른다.

한강진길 골목 지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걸음 옮길 때마다 다른 ‘양파’ 같은 동네

한강진길은 제일기획 오른쪽 옆에 있는 일식집 ‘기다스시’ 골목부터 시작된다. 반대쪽에서 온다면 지하철 한강진역 3번 출구에서 제일기획 쪽으로 올라오다 한강진교회와 폭스바겐 매장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지금은 가로수길과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유명 수제 츄러스 가게 ‘커피츄’가 있어 ‘츄러스 골목’이라고 불렸던 골목이다.

처음 골목에 들어서면 ‘과연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주택가 골목이 나온다. 빨간 벽돌로 지은 낮은 공동주택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 이곳에 과연 트렌디한 숍들이 있을까 싶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 듯 하나둘씩 개성 만점의 가게들이 등장한다.

40년간 한남동에서 영업 중인 합덕수퍼.

기다스시를 지나 조금 걸으면 길 끝에 낡은 간판의 ‘합덕수퍼’가 나온다. 생긴 지 40년 된 곳으로 이 동네의 랜드마크다. 합덕수퍼 바로 옆엔 반지하 형태의 작은 빵집 ‘잼 앤 브래드’의 쇼윈도가 보인다. 당일 판매할 깜빠뉴·치아바타 등 발효빵을 쌓아놓은 모습이 마치 파리의 작은 빵집을 연상시킨다. 합덕수퍼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낡은 야채가게와 미용실, 철물점이 있고 그 옆엔 다시 작고 예쁜 카페와 옷가게, 인테리어·리빙용품점, 주얼리숍이 길 따라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강진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동네 터줏대감 중 하나인 미용실 ‘헤어모아’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태원로54길이 시작된다. 여기부터는 16~30㎡(약 5~10평) 규모의 라이프스타일숍, 커피 전문점, 디저트 카페, 파스타 가게, 옷 가게 등이 길 끝까지 이어져 있다. 모두 빨간 벽돌로 지어진 2~3층짜리 공동주택의 1층이나 반지하를 개조한 곳이다.

한강진길의 풍경은 소박함과 세련미가 공존한다. 트렌디한 가게들과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수십 년 된 수퍼와 야채가게, 미용실의 모습이 꽤 잘 어울린다.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힐링을 위해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 흐름의 영향으로 옛 거리와 지금의 문화가 결합한 골목길의 매력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달리의 서종원 마케팅 매니저는 이곳을 “너무 상업적이거나 혼잡하지 않고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평했다.

인근 제일기획도 트렌디한 골목 형성 영향

이곳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이들은 부부 패션디자이너 스티브 제이와 요니 피다. 또 압구정동에서 넘어온 인테리어 편집숍 ‘세컨드 호텔’, 2011년 이곳에서 터를 잡은 주얼리 브랜드 ‘먼데이에디션’ 등이 이곳을 패션 거리로 만들었다.

이 동네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늦은 밤에도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술을 마실 수 있는 바 ‘ATM’과 ‘바라붐’ 때문이었다. 패션모델 겸 DJ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ATM엔 밤마다 대표의 지인인 패션모델, 연예인, 사진작가 등 소위 셀레브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러다 보니 ‘밤만 되면 세상의 예쁜 여자는 다 온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 바라붐은 유럽과 아시안풍을 섞어놓은 듯한 특이한 인테리어와 음식, 신경써서 선정한 음악으로 SNS에 인증샷 성지로 등장했다.

가까이 있는 제일기획 또한 이 거리를 뜨게 만든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이자 푸드 컨설턴트인 김혜준씨는 “트렌드에 예민한 제일기획 사람들이 다니는 동네다 보니 가게의 콘셉트나 파는 물건도 트렌디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들과 교류하는 감각적인 사람들에게 이 동네가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곳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디저트 카페다. ‘앤드’ ‘피에’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지난 5월에 문을 연 ‘옹느세자메’는 독특하고 트렌디한 카페를 찾는 20~40대 여성들을 불러모았다. 목욕탕을 연상케 하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 인기를 끄는 옹느세자메 덕분에 인근 ‘피어 커피’와 ‘저스트 어라운드’도 함께 유명해졌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숍도 한강진길의 재미를 더한다. 강남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인테리어 편집숍 ‘에이치 픽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mmmg가 운영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by mmmg’는 가구, 식기, 욕실용품, 인테리어소품 등 다양한 리빙용품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끈다. 향초·디퓨저 전문숍인 ‘코스믹 맨션’과 ‘오센트’도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1만~4만원대 제품으로 인기다.

주민과 상인이 함께 만드는 길

한강진길의 문화와 분위기는 건물주와 상인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건물 주인들이 이곳에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주민들이다 보니 동네 분위기를 해칠 점포는 들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30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윤봉일 영광부동산 대표는 “나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이 동네가 난잡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동네가 시끄러워질 우려가 있는 술집은 잘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들은 SNS로 정보를 교류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다른 가게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정보를 올려 공유한다. 이를 기반으로 올봄엔 두 차례에 걸쳐 ‘68그라운드’라는 플리마켓을 열기도 했다.

아직 이곳은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는다. 큰길 안쪽에 있다 보니 소문을 듣고 구경 오는 사람보다는 알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말엔 사람이 없어 가게를 열지 않았는데 올해 초부터 사람이 늘어 주말에도 영업한다”는 먼데이에디션의 김사라 실장 말처럼 최근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복잡한 정도는 아니다.

이곳에 들어오려는 상점은 늘어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년 전까지만 해도 거주를 위한 주택을 문의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젠 전부 상가를 문의한다고 한다. 임대료도 그 사이 50% 정도 올랐다.

옹느세자메의 박기대 공동 대표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처럼 이곳에도 대기업 상권에 밀려 소상점이 외곽으로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이곳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 멋집

[옹느세자메]
이색 인테리어의 디저트 카페

‘낯선 공간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박기대 대표의 말처럼 이색적인 인테리어의 디저트 카페다. 동네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일과 학교 운동장 스탠드를 닮은 좌석, 빨간 벽돌로 만든 낮은 담 등이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부에서는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목욕탕 카페, 닥터 피시 등 찾는 이마다 저마다의 이름으로 부른다. 둥근 탕 주변에 둘러앉은 듯한 공간 배치가 마치 닥터 피시 욕조에서 발 마사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맥주와 함께 예쁜 케이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박 대표는 “친절하고 친근한 게 옹느세자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게 이름 옹느세자메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프랑스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라는 뜻이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월요일 휴무)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1
○문의: 02-794-3446

[앤드(AND)]
레스토랑 품은 커피숍 겸 사무실

지난해 7월 정식 오픈하며 한강진역 골목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 곳이다. 디자인 사무실이며 동시에 커피·디저트 가게이자, 인테리어용품 매장이다. 괜찮은 레스토랑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네 가지 콘셉트가 결합한 복합 공간이다. 커피는 계절별로 어울리는 원두를 골라 내린다. 디저트 중에선 타르트가 가장 인기다. 바닐라 크렘뷜레는 오후 2시 정도면 다 팔릴 정도라고 한다. 타르트 가격은 5000원대. 카페 안쪽에 숨겨진 입구로 들어가면 비밀스러운 레스토랑 ‘앤드 다이닝’이 있다. 좌석은 8개뿐이며 예약제로 운영한다. 레스토랑 ‘라벳’ ‘화수목’ 등에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였던 장진모 셰프가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데 가격은 14만원이다.

○운영 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11시(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2
○문의: 02-790-5022

[잼앤브레드]
베이커리 천연발효종 빵에 핸드메이드 잼

2013년 문을 열며 한강진 골목의 시작을 함께했다. 합덕수퍼 주인이 하던 쌀 가게를 이규동 대표가 인수해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파는 빵집으로 바꿨다.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2~3일 정도 발효시킨 천연발효종 빵과 직접 만든 캬라멜, 얼그레이 캬라멜, 딸기·복숭아 잼이 대표 메뉴다. 매장 입구엔 매일 새벽 구워낸 스콘·미쉬(통밀시골빵)·치아바타 등이 진열돼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치아바타 2500~3500원대. 크랜베리크림치즈 3200원.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일요일 휴무)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42길 20
○문의: 070-4107-0999

[에이치픽스(hpix)]
해외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제품 소개

온라인으로 해외 디자이너의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소개해온 에이치픽스가 2013년 11월 오픈한 매장이다. 가구, 조명, 식기, 패브릭, 종이 카드 등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한다. 심플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나무 상판을 올리면 커피 테이블이 되는 ‘펌 리빙’의 와이어 바스켓(철사로 만든 바구니), ‘오이오이’의 깜찍한 실리콘 매트가 인기 상품이다. 니트 인형으로 유명한 브랜드 ‘도나웰슨’의 핸드메이드 인형과 식기, 덴마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메누’(menu)의 가구 및 식기는 이곳에서 독점 수입하는 제품이다. ‘필더모먼트’ ‘아트플레이어’ 같은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 제품도 볼 수 있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토·일요일은 낮 12시~오후 7시)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20
○문의: 070-4656-0175

[앤 아미(EN AMI)]
주방용품 판매하는 주얼리 카페

지난 5월 문을 연 라이프 스타일 숍 & 주얼리 카페. 서른세 살 동갑내기 친구인 이지혜·한지연씨가 프랑스 여행에서 함께 들렀던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의 카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한지연 대표는 식기 등 테이블용품과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봉주르 키친’을, 이지혜 대표는 주얼리 브랜드 ‘레이디 키트’를 한 공간에서 판매한다. 케이크와 커피도 판다. 더치커피와 탄산수로 만드는 ‘콜드브루 스파클링’, 유명 프랑스 홍차 ‘마리아주 프레르’를 맛볼 수 있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25 1층
○문의: 070-7768-2224
 

[코스믹 맨션]
매장서 직접 만드는 향초·디퓨저

지난해 5월 문을 연 향초와 디퓨저 전문 매장. 처음엔 제일기획 인근에 작은 매장을 열었는데, 한강진길로 이전하면서 매장을 넓혔다. 영화 미술 작업을 했던 홍원미 대표가 매장에서 직접 만든 2만~4만대의 향초와 디퓨저를 판매한다. 디자인과 향이 세련돼 인기가 높다. 비정기적으로 향초나 왁스 태블릿(고체 방향제)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소규모 클래스를 연다. 클래스 개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운영 시간: 낮 12시~오후 8시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31 1층
○문의: 010-9410-0652

[오센트(Oh, Scent!)]
20대 예비부부의 항초 전문숍

올가을 결혼을 앞둔 20대 젊은 예비부부 장승진·권혜윤씨가 운영하는 향초 전문숍이다. 지난해 10월 말 문을 연 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한강진길의 랜드마크가 됐다. 디퓨저와 차량용 방향제도 팔지만 주력은 향초다. 1만6000원~3만9000원대의 11가지 향초가 있다. 오센트 로고가 들어있는 차량용 방향제는 내놓자마자 품절돼 “나오면 무조건 연락 달라”는 고객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운영 시간: 낮 12시~오후 8시(일요일은 오후 1~7시)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2 1층
○문의: 070-8882-1515

[먼데이에디션]
한강진길, 패션 거리 만든 주얼리숍

김선영·김사라 자매가 운영하는 주얼리 브랜드 매장이다. 2011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고, 패션 브랜드 ‘스티브J 앤 요니P’와 함께 한강진길을 패션 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골드·실버톤의 금속 소재와 진주를 조합하거나 글자를 새겨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참신하고 독특하며 캐주얼과 정장에 두루 어울리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보인다. 원래 디저트 카페 ‘옹느세자메’ 자리에 첫 매장을 열었다가 올해 ‘피어 커피’ 쪽으로 확장 이전했다.

○운영 시간: 낮 12시~오후 8시(일요일·공휴일은 오후 1~6시)
○주소: 용산구 대사관로11길 57
○문의: 070-4412-5922

글=윤경희·송정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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