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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비례대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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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권역별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례대표를 배정한다. 이에 대해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현행 전국구 방식에 비해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본래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는 다수대표제나 소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다. 한 선거구에서 당선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의 경우 4명의 후보가 나와 30%를 득표한 후보가 1위로 당선됐다면 나머지 후보에게 투표한 70%가 사표가 된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3% 이상(2004년 제17대 선거부터 적용) 득표한 정당에 투표한 모든 사람의 표가 한 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비례대표제는 사표가 매우 적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지지 정당에 대한 표의 가치는 유효한 것이다.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장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소수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다수대표제의 경우에는 지역별로 나눠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각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애인·여성·다문화가정 등 소수자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경우 특정 지역이 아닌 특정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중 비례대표 의석수는 54석이다. 최근 일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 과정에서 촉발된 것이다. 올해 초 중앙선관위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제 채택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으로 번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