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광장] 전북의 미래 밝힐 三樂農政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439호 30면

전북도의 제1 키워드는 농업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도정 제1 키워드를 농업에 두고 관광과 탄소산업을 포함한 3대 도정 키워드를 밝히자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관광과 탄소는 이해가 되는데 농업에 대해서는 걱정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냈다. 오랜 농도(農都)이자 대한민국의 곡창지대를 품고 있는 전라북도 도지사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세상의 큰 근본(根本)인 농업은 근대화 이후 산업화에 밀려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중요성도 희박해져 갔다. 농업시대에 ‘300만 도민이여 일어서라’는 노랫말이 있을 정도로 풍요를 구가했던 농도 전북의 운명도 궤를 같이 했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겨우 전국의 3%에 불과한 ‘3% 경제’라는 오명 속에 낙후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5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3%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 지역경제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이 정책 차별이라는 ‘외생적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내발적 발전’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 했던 탓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급속히 진행되는 변화라는 큰 바다에서 산업화·정보화라는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데 우리는 조개만 줍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도외시하고 뒤늦게 남의 뒤만 쫓아서는 결국 ‘패배의식’ 생채기만 남는다. ‘살기 좋은 전라북도’ ‘돌아오는 전라북도’ 등의 정치적 수사만 공허하게 메아리 칠 뿐 도민들은 여전히 ‘3% 경제’의 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오랫동안 해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농업이다. 농업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라 식량안보이자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여기에서 농업은 전통농업에서부터 최첨단 농생명 식품산업까지를 아우른다.

이 점을 꿰뚫어 본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짐 데이터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한국의 지도자라면”이라는 질문에 “완전한 식량·에너지 안보를 목표로 할 것 같다. 도시 사람들을 농촌으로 이주토록 하고 하이테크와 전통 방식을 결합해 농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강연에서 “여기 모인 학생들은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실망이다. 미래 최고 유망 업종인 농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니…. 드넓은 농장으로 가야 한다. 여러분이 은퇴할 시점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농업을 등한시하고 도시로 몰려나올 때 농부가 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꼭 짐 데이터나 짐 로저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선진국일수록 ‘식량(식품)산업이 미래의 유망 업종’이라며 농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업은 그저 사양산업에 불과하고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거의 없다. 농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젊은이들이 있을 정도다.

전북도정 제1 키워드인 농업의 최종 목표는 ‘삼락농정(三樂農政)’이다.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촌’, 즉 농민이 웃고 농업이 번성하고 농촌에 활력이 넘치게 하는 것이다. 올 초 농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삼락농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최초로 농산물 최저가 보장제 기준을 마련했다. 농민 중심의 정책도 열심히 발굴하고 있다.

여건도 충분하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식량과학원농업대학원 등 농업 관련 기관들이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종자산업의 메카를 겨냥한 김제민간육종단지도 본격화됐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거점지역으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산업단지 기공식을 했다.

올해는 쟁쟁한 경쟁지역을 물리치고 ‘농생명 소프트웨어 융복합클러스터’를 유치해 국비 지원을 확보했다. 전국에서 5번째로 ‘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됐다. 대한민국 ‘농생명식품 1번지’로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농업(농생명식품산업)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특성은 선출직 단체장으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 농업은 개인의 욕심이나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미래를 보장할 성장동력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농업이 미래다.



송하진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전북도와 행정자치부 등을 거쳤다. 민선 전주시장을 연임한 뒤 2014년 7월 민선 6기 전북도사에 취임했다. 2013년 제16회 한국문학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서예에도 조예가 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