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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록 페스티벌 부럽지 않은 핫 라인업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미리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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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 여름이 노래할 시간이다.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메가박스 제천, 청풍호반무대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는 제천시 문화회관까지 상영관을 늘려 지난해보다 10편 많은 101편(25개국)의 음악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개막작 ‘다방의 푸른 꿈’을 비롯해 고(故)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다큐멘터리 등 유명 뮤지션이 주인공인 영화를 여럿 상영한다. magazine M이 미리 보고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을 골라 봤다. 티켓 예매는 7월 30일 오후 2시부터 공식 홈페이지(www.jimff.org)에서 가능하다.

<대중음악사에 남은 뮤지션을 만나다 >

제목│감독│섹션│장르

-다방의 푸른 꿈│김대현│개막작│다큐멘터리 올해 제천영화제는 한국 걸그룹의 원조로 문을 연다. 3인조 보컬 그룹 ‘김 시스터즈’다. 1950년대 초에 결성해 미8군 무대와 극장 무대를 중심으로 번안곡을 불러 인기를 끌었던 김 시스터즈는 59년 미국에 진출한 초창기 한류 스타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무대에 섰고 유명 TV 쇼인 애드 설리반 쇼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67년까지 같은 쇼에 스물두 차례나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제천영화제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우리나라는 영상 자료 보관 상태가 부실해 음악 다큐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나온 작품”이라며 “김 시스터즈의 삶을 따라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국 대중가요의 중요한 흐름이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큐 ‘한국번안가요사’(2012)를 연출하며 60~70년대 대중음악사를 연구했던 김대현 감독은 그 끝에서 김 시스터즈를 만났다. 이들은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과 작곡가 김해송 사이에서 태어난 숙자(76)와 애자(1940~1997) 그리고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 민자(74)로 구성됐다. 김 감독은 “관악기·타악기·국악기 등 30개가 넘는 악기를 다루면서 환상적인 화음을 자랑했고, 춤도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미국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그 뒤에는 어머니 이난영의 피나는 조련도 있었다.
영화에는 지난 2년간 김 감독이 수소문해 모은 김 시스터즈의 미국 활약 영상이 다수 포함됐다. 영어는 못했지만 영어 노래만큼은 유창하게 불렀던 세 명의 재능 많은 소녀를 만날 수 있다. 김 감독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재즈 클럽에서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노래하고 있는 멤버 민자를 만나 인터뷰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있는 애자와 달리 민자는 헝가리 출신 드러머와 결혼한 뒤 2006년 헝가리로 이주했다. 흥겨운 음악이 더해진 K-팝 한류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에이미│아시프 카파디아│뮤직 인 사이트│다큐멘터리 영국 천재 가수이자 27세에 요절한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의 불꽃 같은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찬사를 받았고, 국내에선 제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2003년 데뷔해 R&B와 소울, 재즈를 능란하게 오가는 2집 ‘백 투 블랙’(2006)으로 돌풍을 일으킨 그는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다큐는 엄청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알코올과 약물 중독, 폭행 사건 등으로 늘 가십 언론의 표적이 되며 파멸을 자초한 비운의 천재를 담담하게 뒤쫓는다. 그의 가족·친구·애인·동료 뮤지션의 풍부한 증언과 함께 데뷔 초부터 지인들이 찍었던 홈 비디오 영상과 그의 대표적인 공연 영상이 128분 동안 펼쳐진다.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웃던 민낯의 신인 가수가 파파라치를 폭행할 정도로 망가지는 모습도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안타까움을 더하는 것은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까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노래도 매번 다르게 부르는 뛰어난 보컬리스트이자 자신의 불온한 영혼을 목소리에 그대로 실어 내는, 삶과 음악이 하나인 타고난 음악가였다. 사망 직전 재즈 뮤지션 토니 베넷과 ‘바디 앤 소울’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의 이른 죽음이 더욱 애달프게 다가온다. 한 줄기 섬광 같았던 그의 삶만큼이나 농도가 짙은 작품이다. 신도 탐했던 와인하우스의 자기 파괴적 열정이 빼곡한 이 영화는 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가장 빨리 매진될 게 분명하다. 예매를 서두르자.

-파코 데 루치아:플라멩코의 여행│프란시스코 산체스 바렐라│뮤직 인 사이트│다큐멘터리 스페인의 뛰어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파코 데 루치아(1947~2014)의 일대기를 조망한 다큐다. 지난해 2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팬들을 아쉽게 했던 터라 더 반갑다. 2010년부터 별세하기 직전까지 녹음했던 그의 육성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기타를 잡아 14세에 첫 레코딩 작업을 했고, 플라멩코에 재즈·보사노바·록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며 늘 새로운 음악을 시도했던 그의 60년 도전사를 만나볼 수 있다.

-지미 헨드릭스:올 이즈 바이 마이 사이드│존 리들리│시네 심포니│극영화 27세에 약물 과다 복용 합병증으로 사망한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1942~1970)의 삶을 극화한 작품. 무명 시절을 딛고 데뷔 앨범 ‘아 유 익스피리언스드’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66~67년의 헨드릭스를 그렸다. 힙합 뮤지션이자 배우인 안드레아 벤자민이 헨드릭스 역을 맡아 생전 모습과 똑 닮은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노예 12년’(2013, 스티브 맥퀸 감독)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존 리들리가 연출했다.

  
-메탈의 성지 바켄 3D│노르베르트 하이트커│뮤직 인 사이트│다큐멘터리 독일 메탈 음악 축제 ‘바켄 오픈 에어’에서 나흘간 벌어지는 록의 향연을 역동적인 3D 카메라로 담아냈다. 앤스랙스, 앨리스 쿠퍼, 딥 퍼플, 모터헤드 등의 광기 어린 무대와 세계 각국 팬의 함성이 스크린 밖으로 넘쳐 흐른다. 이 작품으로 아쉽다면 ‘쇼크록의 대부’ 앨리스 쿠퍼의 다큐 ‘수퍼두퍼 앨리스 쿠퍼’와, 독일 노장 메탈 밴드 ‘스콜피온스’의 월드 투어를 기록한 ‘스콜피온스:포에버 앤 어 데이’를 추천한다.

 
-비틀즈│페터 플린트│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국제 경쟁)극영화 CF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영상이 비틀스의 음악과 함께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청춘영화다. 60년대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제2의 비틀스를 꿈꾸는 네 명의 10대 소년이 밴드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폴 매카트니를 쏙 빼닮은 주인공 킴(루이스 윌리엄스)의 매력이 상당하다. 영화의 백미는 네 친구가 모여 비틀스의 명반으로 꼽히는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를 듣는 순간이다. 비틀스 매니어에게 왕년의 추억을 상기시킬 영화.

<음악영화로 떠나는 4개국 여행>

언어나 피부색은 달라도 음악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하나로 묶는다. 음악이란 소재를 통해 여러 나라의 사회·문화를 보여주는 추천작 다섯 편을 뽑아 봤다.

-프랑스

막스와 레니|프레드 니콜라|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국제 경쟁)|극영화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 사는 19세 소녀 레니(카멜리아 판도르)는 자신의 암담한 상황과 울분을 랩 가사에 담아 노래한다. 레니는 자신의 랩을 엿듣던 불법 체류자 소녀 막스(지스카 칼반다)를 만나 마음을 터놓는다. 영화는 프랑스 정부의 다문화 정책 실패로 고통받는 이민 세대를 담담하게 비추되, 두 소녀가 음악을 매개로 서로 보듬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다. 파리·마르세유의 아프리카 이민자를 중심으로 발달한 프렌치 랩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한 시간의 평화|파트리스 르콩트|시네 심포니|극영화 재즈 애호가인 중년 남성 미셸(크리스티앙 클라비에)은 운 좋게 구한 희귀 앨범을 감상하려 서둘러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집에선 보수 공사가 한창이고, 하필 마을 축제까지 겹친다. 이 작품은 단 한 시간만이라도 방해 없이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한 남자가 벌이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시종일관 벌어지는 돌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독일

데싸우 댄서스|장 마틴 샤프|시네 심포니|극영화 냉전시대 동독에 한바탕 춤바람이 분다. 독일 데싸우에 사는 고교생 프랭크(고르돈 캐머러)는 미국 영화에서 처음 브레이크 댄스를 접한 뒤, 새로운 춤의 매력에 빠진다. 짝사랑하는 여학생 마르티나(소냐 게르하르트)를 포함해 세 친구와 댄스 팀을 꾸린 프랭크. 서방 세계에서 전파된 브레이크 댄스가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염려한 동독 정부는 프랭크와 친구들을 국가 공인 댄스 팀으로 임명, 사회주의 선전 활동에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이념이나 규율도 자유와 저항 정신을 추구하는 이들의 몸짓을 억누를 수 없다. 영화는 춤으로 자유를 표현하려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그 속에서 싹트는 사랑과 우정을 통해 금기와 통제로 점철됐던 1970년대 동독 사회를 풍자한다. 콘크리트 바닥부터 자동차 보닛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펼쳐지는 현란한 춤사위와 흥겨운 음악이 어깨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터키

믹스테이프|퉁크 사힌|시네 심포니|극영화 열세 살 소년 울라스(울라스칸 쿠틀루)는 이웃집 소녀 아이렘(아슬리한 카판사힌)에게 터키의 유명 가요를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며 사랑을 고백한다. 10년 후 음악 평론가가 된 울라스(사르프 아파크)는 어릴 적 헤어졌던 아이렘(외즈게 외즈피린츠지)과 우연히 재회한다. 영화는 10대부터 중년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인연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녹였다. 터키의 국민 여가수 세젠 아쿠스를 비롯, 터키를 대표하는 여러 팝 가수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잊혀진 로큰롤|존 피로치|뮤직 인 사이트|다큐멘터리 영미 지역의 로큰롤, 차차차와 같은 중남미 음악을 기반으로 1960~70년 초 황금기를 이룩한 캄보디아 음악인을 조명했다. 70년대 말 공산주의 혁명 세력 크메르 루주가 주도한 ‘킬링 필드’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예술인들의 증언을 통해 역사의 아픔을 드러낸다. 풍부한 자료 화면이 캄보디아 음악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흘간의 음악 축제 원 썸머 나잇

제천영화제를 특별하게 하는 건 청풍호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원 썸머 나잇’이다. 올해도 이름난 아티스트들이 제천의 여름밤을 흥겹게 물들일 예정이다.

스타리 나잇|8월 14일(금) 첫 번째 밤은 록 음악으로 포문을 연다. ‘콘서트의 황제’ 가수 이승환이 그 첫 주자다. 4인조 록 밴드 솔루션스, 최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2005~, MBC)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밴드 혁오가 무대에 선다.

멜로 나잇|8월 15일(토) 풀벌레 소리와 함께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면 멜로 나잇을 놓쳐선 안 된다. 알앤비 가수 정엽, 벨기에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오엔(Sioen)과 DJ줄리안 & 이현의 협연에 이어 뮤지션 선우정아가 출연한다.

파티 나잇|8월 16일(일) 댄스에 한(恨) 맺힌 관객을 위한 세 번째 밤이다. 3인조 힙합 그룹 DJ DOC와 코믹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남성 듀오 노라조 그리고 디스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무대에 올라 축제의 마지막 밤을 장식한다.

글=김효은·고석희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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