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배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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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 구글의 인사 책임자 라즐로 복이 두툼한 책 한 권을 펴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는 창조적인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간부들이 봐야 할 책이지만, 크고 작은 팀을 꾸리고 있는 팀장과 팀원들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인재를 찾고 관리하고 이끄는 법.

인재를 찾기 위한 작전들

당신은 인재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적당히 리크루트 업체에 맡겨놓거나 대충 알 만한 사람들에게 평판 조회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구글이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과정에서 모은 자료로 작성된 보고서는 50페이지가 넘는다. 이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인사 담당 부서에 넘겨져 채용이 결정된다. 인재를 보는 눈을 기르는 일은 팀이 가고 있는 방향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의 인재 채용은 모든 직원의 일상 업무이기도 하다.

●모든 인적 사항을 자료화하라

면접관의 판단이 옳은지 검토하기 위해 면접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라. 이는 면접관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면서 바로잡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면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을 옮겨 적고 있는 면접관 앞에서 답변을 하는 상황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결과적으로는 고압적인 상황보다 면접자들이 신중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현상을 이끌어낸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당신에게 맡겨진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살피자. 보통 사람들은 면접자를 만난 후 10초 동안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성향이 있다. 전문 용어로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자기 안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으로 처음 만난 상대를 평가하려 드는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질문은 결국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면접에 자신의 직관을 100% 신뢰하지 말 것.

●채용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적당히 타협해 사람을 찾고 있지 않은가? 팀 내 몇 명 되지 않는 직원들이 고생하겠지만, 인재와 일하고 싶은 기대를 쉽게 꺾지 말 것. 지원자들 가운데 최대 10%만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아무나 뽑을 수 없다. 선발 기준을 높게 세우고 어떻게든 많은 지원자를 찾을 수 있도록 유인하자. 또 많은 사람을 면접관으로 세워야 한다. 면접관 1인의 면접 결과는 인재를 채용할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채용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다.

●평판 조회에서 직원의 리더십을 내다본다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는 당연하다. 구글은 지원자의 전 직장뿐 아니라 다른 방법도 쓴다. 기존 직원의 이력서를 대조하여 지원자를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낸다. 면접자가 ‘극단적으로 혐오스럽거나, 매우 친밀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이런 방법으로 ‘위로는 핥고, 아래로는 차는 사람들’을 걸러낸다. ‘우리’보다 ‘나’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 어떤 업무에 착수할 때 어떤 방법으로 수행할지 좀 더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유형의 사람을 배척한다.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라

어떤 사람이 비범한 재능과 통찰력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라즐로 복은 명쾌하게 답한다.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고르라”고. 이러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려면 회사의 비전과 프로젝트에서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한 회사에서 스타였던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도 재능을 펼칠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맥락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니, 그 재능이 채용자보다 월등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인재의 성과는 ‘사람’에게 달렸다

인재를 채용해도 재능을 이끄는 역할은 사람이 맡는다. 리더십 이야기인데, 그들은 좀 다르다.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상생하는 법을 알고 있다.

●지원자가 왜 입사해야 하는지 그 근거를 제시하라

입사하고 싶어 온 사람이지만, 채용된 인재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프로젝트를 끌어가는 리더의 몫이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려주고 지원자에게 장차 그가 함께 일할 사람들이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지 입사자에게 전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랜 채용 기간을 거쳐 검증된 인재들만 모인 회사라면,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상황만으로도 신입 사원에게 큰 영광이자 협력의 원동력이 될 테니 말이다.

●좋은 관리자는 팀원의 재능과 행복을 이끈다

최악의 관리자는 여러 가지 형태로 팀의 성과를 나쁘게 하거나 분위기를 망친다. 성과도 나쁘고 분위기도 망친다면 최악의 관리자다. 라즐로 복이 구글 내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사한 결과, 좋은 관리자가 운영하는 팀 내에는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공정한 필요한 교육 진행, 빠른 결정, 공정한 보상 체계, 개인의 자유 등이다(*박스 참조). 팀원이 역량을 발휘하는 데 최상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최고의 직원에게서 배우고, 그가 가르칠 수 있도록 하라

팀장이 주목해야 할 팀원은 바로 가장 성과가 좋은 팀원과 가장 성과가 나쁜 팀원이다. 성과가 좋은 팀원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반대로 도움이 필요한 팀원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수한 팀원들뿐 아니라 가장 최하위의 성과를 내는 팀원도 관리 대상이다. 그들은 회사 밖으로 내보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구글은 일단 본인이 하위 5%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 계발과 관련하여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 의지가 부족하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태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과 지도를 전달한다. 실제 5%에 속한 사원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러 가지 성과를 내는 것을 체험해왔다. 심지어 경쟁사의 직원들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봐왔다고 라즐로 복은 이야기한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은 한 가지가 아니다

오랫동안 근무해온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 따라서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역량으로 프로젝트를 끝내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다른 역량이 필요한 시기가 왔을 때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른 역량이 필요하니 말이다. 또 팀 내에 이를 잘해낼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부하 직원이라도 새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

직원이 회사를 운영하게 하라

구글은 이런 이상적인 말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까? 핵심은 지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팀원 스스로 프로젝트를 위해 힘쓰게 할 수 있다는 것. 리더십은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위 없이도 직원을 움직이게 하라

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인 분위기에서 팀장의 권력지향적인 명령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지위 체계로 인한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이 구글의 정책이다. 어떤 지위를 상징하는 것들도 없어야 한다. 복지 혜택도 고위 간부와 신참 직원이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직책은 있되, 지위는 없는 회사는 젊은 브레인이 모인 국내 IT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직함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끔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하 직원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대부분 직함에서 나온다면, 직원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관리자의 권한을 직원에게 줘라

라즐로 복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 역사가 액턴 경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은 높은 위치에 올랐을 때 권력의 매력에 허물어지기 쉽다. 이것저것 자기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업무 시간에 대놓고 사적인 일들을 하는 모습도 권력의 부작용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부작용에서 벗어나 직원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 함께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구글은 관리자의 권한을 직원에게 나누는 방식을 채택한다. 공식적인 관리자의 권위가 줄어들수록 팀원들에게 행하는 당근과 채찍도 그
만큼 줄어든다. 이 틈에서 커지는 영역은 바로 팀원 개개인이 혁신해야 할 과제다.

●정치보다 자료를 이용하라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할 때, CEO는 직원의 의견이 아닌 ‘팩트’에 따라 움직인다. 직원의 의견에 회사의 정책이 움직이는 CEO는 정치하는 직원들의 말에 쉽게 흔들릴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팩트에 근거한 자료다.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도 자료가 확고하다면, 애써 CEO를 설득하는 시간은 필요 없다. 자료를 보고 CEO가 가능성을 직접 타진해 의사 결정을 하면 된다. 사람들은 조직에서 돌아가는 일을
추측하고 말로 만들어낸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창의적으로 일하는 데 필요하지 않다.

●자유는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3M은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 가운데 15%를 독자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쓰도록 권장해왔다. 구글은 20%를 주고 있다. 업무 외적으로 다른 계발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도 놀라웠다. 기업은 직원을 신뢰하고 권한과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동기부여가 충실한 전문가와 기업가는 이런 환경을 원한다. 가장 재능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몰려들 것이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맥락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니, 그 재능이 채용자보다 월등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관리자가 운영하는 팀의 현상들

●경력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이 공정하게 이뤄진다. 성과 평가는 공정했고 승진기회도 적격자에게 돌아갔다.

●개인의 경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성심껏 지지하고 상담자가 되어준다.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의사 결정은 빠르게 이뤄지고 자원 배분은 적절하며 다양한 관점이 고려된다.

●팀원들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동등하게 대했으며 사내 정치보다는 자료에 의거해 의사 결정을 내렸고 자기가 하는 일과 자기 생각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팀원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 적절하게 참여했으며 업무를 매끄럽게 완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았다.

●팀원들은 회사에서 하는 일과 사생활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을 조절하는 자유를 누렸다.

기획 슈어 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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