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사퇴 번복 김태호 이번엔 “총선 불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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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새누리당 김태호(53·재선·경남 김해을) 최고위원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3일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다음 선거 출마를 고집한다면 국가와 국민, 특히 지역 구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를 했다. 그동안 당내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들은 국회의장을 지낸 69세의 강창희(6선·69) 의원과 70세의 이한구(4선) 의원 정도다. 53세인 그의 불출마 선언은 이례적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불출마 이유에 대해 “최연소 군수(거창군수·2002~2004년), 도지사(경남도지사·2004~2010년)를 거치며 스타 의식과 조급증이 몸에 배었다. 조급증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났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다”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생각의 깊이가 현저히 얕아졌다” “겉으론 화려하지만 속으로 텅 비어 가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정치를 해오면서 속이 텅 비게 돼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는 자기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이어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정치도 실력과 깊이를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며 “실력과 깊이를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계 은퇴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답했고, 최고위원직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경제활성화 법안 장기 계류’를 이유로 난데없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또 최근 국회법 거부권 파문 때는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촉구 발언을 공개적으로 이어가다 최고위원회의를 파행으로 몰았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당내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정치 공백기를 가진 뒤 국회의원이 아닌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 아니냐” “지역구에서 당선될 전망이 밝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돌았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대선과 관련된 불출마냐’란 기자의 질문에 “저 자신의 실력과 깊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최창렬(교양학부) 용인대 교수는 “보통은 정치 개혁 등을 주장하며 당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정치적 인과관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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