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강남역 승차거부 택시 행정조치 안한 공무원들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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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 등으로 적발된 택시 단속자료를 넘겨 받고도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경기도 성남시청 공무원 황모(46)씨 등 3명과 수원시청 공무원 김모(42)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성남시청에서 택시행정을 담당했던 황씨와 현직 택시행정 담당 김모(47)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39회에 걸쳐 불법행위를 한 택시기사 147명에 대한 단속자료와 행정처분 요청 공문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기사의 소명을 듣는다는 이유로 택시 승객의 이름ㆍ연락처ㆍ단속내용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문을 택시회사 등에 보내놓고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말했다.

또 수원시청 택시행정 담당 공무원 김씨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2회에 걸쳐 단속에 걸린 택시기사 86명에 대한 자료 등을 넘겨받았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강남역 주변은 하루 평균 100만여명이 오가고 특히 심야 시간대 경기지역으로 나가는 장거리 승객이 많아 택시가 몰려든다. 이 때문에 골라태우기와 승차거부 같은 택시무질서 행위가 흔했고, 빈차는 많지만 탈 택시가 없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경찰은 이런 ‘택시 지옥’ 해소를 위해 지난해 3월 강남대로를 장악한 조폭형 택시기사 24명을 검거한 이후 최근까지 1002명의 택시무질서 사범을 단속했다. 그리고 단속자료는 해당 택시가 소속된 지자체로 보내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이후 안양시ㆍ용인시 등은 행정처분 결과를 알려왔고 소속 택시의 불법행위가 감소했다. 그러나 성남시와 수원시 등은 행정처분 결과에 대한 회신도 없고 불법행위가 이어져 경찰이 경위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들은 경찰이 행정조치 여부를 사후 확인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대로 방치하거나, 업무가 과중해서 처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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