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강국 일본의 등장] 중국 "日 군국주의 부활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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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의 보통국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9.11테러 이후 급변한 국제질서와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 자국 내의 정치.경제적 여건상 일본은 유사법제에 이어 평화헌법 개정→자위대의 군대 변신 수순을 밟아나갈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막기 힘든 대세임을 인정하되 일본이 보통국가를 넘어 군국주의 국가로 회귀하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견제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미국.일본을 주축으로 중국까지 포괄하는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일본의 재무장으로 인한 양국간 긴장을 해소한다는 구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일본의 보통국가화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북한은 일본이 북핵문제로 인한 국민의 위기감과 미국의 대북압박을 지렛대로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것으로 보고, 일본의 재무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일본이 재무장할 경우, 가장 위협받는 국가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일본에 대해 무력공격을 가할 가상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 내에서도 일반적인 지적이다.

결국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등 일본 주변에서 전쟁에 돌입할 경우 자위대를 동원해 미국을 후방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북한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 등 주변국과 함께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군국주의 부활''재침 책동 노골화'로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일본의 재무장을 구실로 핵무기 보유를 역으로 합리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일본을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미국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의 군사재무장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것도 지난달 말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상호간 이에 대한 양해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출범 당시 중국을 가장 큰 가상 적으로 설정했었다. 이에 따라 일본.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 동북아 전략의 기본틀이었다.

하지만 2001년의 9.11테러에 이어 2002년 북핵 사태가 부각된 이후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미국의 중요한 협력국가에 포함시킨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관계자는 "주한 미군은 북한의 남침 뿐 아니라 미국의 최대 가상적인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일본이 유사법제 제정 등을 통해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서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세계 2위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일본이 유사법제 제정 등을 통해 언젠가는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아시아 최강의 정치.군사대국화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중국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 자위대가 9.11테러 후 미국의 신보수주의 물결에 편승해 아시아의 군사적 맹주(盟主)로 등장하는 시나리오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일본은 이미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이지스함 등 최첨단 군사장비가 실전 배치돼 있다. 또한 대형 수송기와 공중급유기 등을 확보, 질적인 면에서 중국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현실적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을 만한 정치.외교적 지렛대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중국은 현안인 북한 핵 문제 등을 평화적으로 해결, 일본에 우경화의 빌미를 주지 않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자체적인 군사 현대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러시아의 일본 전문가들은 대부분 "유사법제 통과를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와 직접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주한 러시아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게오르기 쿠나제는 "과거 역사에 비추어 일본에 이웃한 국가들이 유사법제 통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통과된 법안들은 공격보다 방어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일본이 과거와 같은 군사적 모험주의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모스크바=김종혁.유광종.유철종 특파원,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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