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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강국 일본의 등장] 동북아 軍備 증강 '또다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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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금까지 공백이었던 일본 안전보장 법체계의 핵심 부분에 심을 넣었다""일본의 안전보장체제가 겨우 제 모습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6일 성립한 일본 유사법제에 대한 일본 신문들의 평가다. 하나같이 이 법제로 일본의 안보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물론 유사법제는 전수(專守)방위의 틀을 깨는 것이 아니다.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대비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제 성립은 일본 보수세력의 화두였던 '보통국가 일본'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동북아 안보 질서에 변화를 몰고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굴지의 방위력을 자랑하는 일본이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의 근간을 흔들면서 전쟁 대비법을 갖춘 보통국가가 되는 것 자체가 '질서 파괴'의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법제 성립이 일본 보수세력에 심어준 자신감이 가져올 파장도 만만찮다. 전후 최대의 안보 숙원을 해결한 보수세력들은 전수 방위 폐기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미 껍데기만 남은 평화헌법 개정도 시간문제다.

특히 중국은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유사법제가 자위대뿐 아니라 주일미군의 활동도 원활하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결과적으로 미.일 동맹 강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기동성을 높이는 재배치 작업과 맞물린 유사법제 통과를 보는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방위력 증강은 동북아에 군비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미사일방어(MD)망을 공동 연구.개발 중이고, 자위대기의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한 공중급유기 도입을 결정했다. 현재 4대인 이지스함도 4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고, 정찰위성도 쏴올렸다.

중국은 14년 연속 국방비를 10%대로 늘렸고, 핵.미사일 전력과 해.공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제 수호이-27 전투기의 라이선스 생산을 하고 있고, 순항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운용 가능한 구축함도 도입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중국의 국방력은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대만의 군비 확충을 부르고 있다. 신형 프리깃함 도입과 전투기(경국호)의 독자 개발, 신형 지대공미사일 배치는 좋은 예다. 남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군사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고, 한국도 이지스함 등을 들여올 계획이다. 보통국가 일본의 등장으로 동북아에서 중ㆍ일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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