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투자하면 수당 늘어난다” 40일만에 6000명 속인 금융 피라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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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투자하면 수당 늘어난다” 40일만에 노인 등 6000명 속인 금융 피라미드

금융 피라미드 유사수신 업체를 운영하며 노인 등을 상대로 수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40일 동안 무려 6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국 각지에 ‘초이스기부클럽센터’라는 유사수신 업체 차려놓고 피라미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모집해 6000여명으로부터 6억여원을 편취한 유모(4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일당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달부터 서울 역삼동에 등록ㆍ신고를 하지 않은 유사수신 업체 ‘초이스기부클럽센터’ 사무실을 차리고 회원모집 실적에 따라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은퇴한 노인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며 “1구좌에 12만원을 투자하면 3년 내에 5조2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니 수당을 나눠주겠다”고 유혹했다. 또 “남들보다 빨리 가입하면 하위 사업자가 많아져 더 많은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단 40여일만에 6000여명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고 도주하기 위해 사무실을 한 달 단위로 단기계약하고,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일명 ‘떴다방’ 방식으로 범행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유씨 등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심하면 소액인 피해금을 즉시 반환해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뒤 다시 범행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의자 중 유사수신업체 센터장 역할을 한 안모(60)씨는 경찰 조사에서 “투자자가 문제 삼으면 12만원을 돌려줬는데 왜 경찰에 붙잡혀 와 조사를 받아야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과 이익을 나눈 공범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라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유사수신 행위는 전형적인 서민생활 침해 사건인만큼 경찰력을 집중해 척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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