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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 멋·맛 기행 … 1000년 역사 품은 중화문명의 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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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문화의 중심인 산시성은 볼거리?먹을거리가 많아 다채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준다. 위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진시황 병마용갱, 대안탑(大雁塔), 화산(華山), 대당부용원.

산시(陝西)성의 성도(省都)인 시안(西安)은 창안(長安)으로 불렸으며 역대 중국 역사 중 가장 많은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전한(前漢)·북주(北周)·수(隨) 왕조의 수도였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왕조였던 당(唐)나라 때 창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로 발전했다. 중국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上海)로,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으로, 1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지금도 시안은 이탈리아 로마, 이집트 카이로, 그리스 아테네와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 중 하나로 꼽힌다.

진시황 병마용갱, 대당부용원 장관

많은 유적이 있지만 특히 진시황 병마용갱(秦始皇 兵馬俑坑)은 놓쳐선 안 되는 명소다. 진시황릉에서 1㎞ 떨어져 있으며 흙을 구워 만든 수많은 병사, 장교, 곡예사 인형과 말, 수레 모형이 있다. 일단 6000~8000여 개에 달하는 토기 병사의 규모에 압도된다. 살아 있는 듯 섬세하게 표현한 병사들의 표정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토기 병사들의 키는 1m84~1m97㎝로 큰 편이며, 얼굴에는 채색한 흔적이 있다.

대안탑(大雁塔).

병마용은 1974년 한 농민이 우물을 파다가 땅속에서 우연히 도기 인형 조각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총면적 2만5380㎡(7677평)에 달하는 네 개의 갱도가 발견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발굴작업은 계속 진행됐다. 한편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의 아방궁(阿房宮)은 지금은 흔적만 있다. 아방궁은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각 방의 온도가 다르다”고 할 정도니 거대한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양귀비(楊貴妃)가 온천욕을 즐겼다는 화칭츠(華淸池)도 볼 만하다. 시안에서 3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온천수가 좋아 주(周)나라 때부터 3000여 년간 역대 제왕들이 관심을 가졌다. 진시황과 한무제(漢武帝)도 여기에 행궁(行宮·임금이 행차하던 별궁)을 건설했다. 당나라였던 644년,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이곳에 탕취안궁(湯泉宮)을 지었고 현종(玄宗)이 궁을 증축하고 화칭궁(華淸宮)으로 이름을 바꿨다.

화산(華山).

등산 애호가에게는 산시성 화산(華山)을 추천한다. 중국 5대 명산 중 하나로 시안시 동쪽에 있다. 중국 최초로 중점 풍경 명승지로 지정됐으며 최고봉 높이는 1997m다. 서예에 관심이 있다면 비석의 숲인 비림(碑林)이 좋다. 한(漢)대부터 청(淸)대까지 내려져 오는 2300여 개 비석 중 1000여 개가 전시돼 있다. 고대 서예 예술의 보고다.

야경으로는 대당부용원(大唐芙蓉園)을 꼭 가봐야 한다. 시안에 위치한 부용원은 당나라 황실 정원 터에 조성한 대형 테마공원이다.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호수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처럼 당나라 시대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밤이면 조명이 부용원 안에 조성된 호수 위로 번져 낭만적이다.

대당부용원.

시안 외에도 산시성엔 볼거리가 많다. 봄에 산시성 남부 도시 한중(漢中)을 찾자. 중국의 3대 유채 재배지로 유명한 한중은 봄마다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산시성에는 강태공(姜太公)·노자(老子) 등 중국 역사 인물들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낚시광이라면 강태공의 흔적을 따라가 보자. 산시성 반계(磻溪)는 산시성 동남쪽으로 흘러 위수(渭水)로 흘러드는 강이다. 여기서 강태공이 낚시를 했다고 한다. 산시성 저우즈현(周至縣) 누관대(樓觀臺)는 노자가 도를 닦고 ‘도덕경’을 강술한 곳이다.

눈이 호강했다면 이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차례다. 산시성에선 국수인 방방몐(棒棒麵), 수제비를 넣어 먹는 탕인 양러우파오모, 중국식 햄버거 러우자모가 3대 별미다. 방방몐의 ‘방’이라는 글자는 57획이 넘어 어렵기 때문에 다른 한자로 바꿔 표기한다. 국수 폭이 3㎝가 넘고 한 가닥이 1m 이상인 면발도 있어 이곳 사람들은 방방몐을 ‘쿠다이몐(袴帶麵)’이라고 부른다. 쿠다이는 바지 허리띠라는 뜻이다.

바오지(寶鷄)에 있는 법문사(法門寺).

양러우파오모도 인기다. ‘모’라는 밀가루 빵을 잘게 뜯어 탕에 넣어 먹는다. 탕 국물은 양고기탕과 소고기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고추장 소스를 곁들이면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영화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도 산시성 출신인데 “아무리 진수성찬이 있어도 내 고향 음식 양러우파오모만큼 맛난 게 없다”고 했을 정도다. 중국식 햄버거인 러우자모도 별미다. 산시성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는 선물로 옥(玉) 장신구를 골라 보자. 시안 인근의 란톈(藍田)에서 나는 품질 좋은 옥을 가공한 옥 공예품이 인기가 많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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