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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장 혼란에 빠뜨린 회계 비리 엄중히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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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사들이 2분기에 모두 4조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어제 공시했다. 석유시추장비 같은 해양플랜트를 설계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인 결과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이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해양플랜트 건조 지연으로 생긴 비용을 발주사인 노르웨이 업체가 보전해달라”는 중재신청을 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적자 규모가 아니라 회계의 불투명성이다. 3조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이달 중순 갑자기 불거졌다. 그것도 회사 경영진의 발표나 공시가 아니라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3개 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고 자랑했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2주 새 반 토막이 났다. 다른 두 회사도 지난해 2분기 급작스레 조 단위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해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대규모 부실이 감춰질 수도, 드러날 수도 있는 회계 시스템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안 그래도 국내 회계 투명성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내놓은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의 기업 회계감사 적절성 부문에서 한국의 순위는 61개국 중 60위다. 여기엔 시장의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감사한 상장사 991개 중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곳은 단 3개다. 신용평가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드러난 뒤에야 신용등급을 내린다며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넉 달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보고서를 낸 18개 증권사 중 ‘매도’ 의견을 낸 곳은 전무한 반면 ‘매수’ 의견을 낸 곳이 12개였다.

 이런 상태론 시장이 바로 설 수 없다. 당국은 부실·분식 책임을 가려 엄중히 처벌하고 회계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투자자가 자본시장에 모인다.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개혁이나 자본시장 선진화도 공염불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