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신문의 미래] 세계신문협회(WAN) 더블린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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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은 신문의 미래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지난 8일부터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의 주요 화두다. 이번 행사에선 세계의 신문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독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지가 자세히 소개됐다.

실제로 많은 신문사가 신문.방송.인터넷의 다각 경영을 넘어 통신과의 완벽한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한계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기술 진보와 신문 콘텐츠=네덜란드 페이퍼뉴스사의 톰 멤센 사장. 그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신문.잡지를 눈앞에서 지면을 넘기듯 볼 수 있는 새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통신기업인 텔레노 등은 휴대용 신문이 독자와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모두 신문과 독자 간의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신문 광고에 고유 번호를 적어놓고 휴대전화로 이 번호를 선택하게 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도 하고 경품 등 특별 서비스도 받는다.

미인 콘테스트에 나온 여성들의 사진을 싣고 그에 대한 시민 반응을 즉각적으로 기사에 반영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기사와 광고의 주목도가 실제 세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고바야시 경영전략담당 취체역은 "모바일과의 결합은 신문에서 다소 멀어져 있던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는 대세, 문제는 전략="우린 1년 전의 모습이 아니며 1년 후에는 또다시 변할 것이다. 신문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미국신문협회장 딘 싱글턴은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등 매체간 '융합'이 신문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길이 열린다는 낙관론이다. 문제는 전략이다.

다른 신문 경영자들도 신문에 닥친 변화는 맞서거나 피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신문이 '종이'에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 역할을 하는 새 경영모델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이 뉴스뿐 아니라 광고나 오락 등을 제공하는 멀티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새로운 시대 신문의 역할=USA 투데이를 창간한 앨런 뉴하스는 총회에서 "신문은 미래 독자들을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면서 "3세부터 신문과 친근감을 느끼도록 할아버지 세대들이 노력해야 하고, 신문은 이 같은 어린이들에게 유해하지 않은 정보와 진실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경영자가 21세기에도 신문의 정확성과 진실성의 추구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 지향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는 질적인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 독자들을 위한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문 스스로의 도덕성을 높이고 공익을 위하는 신문의 역할을 재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더블린=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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