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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증언을 해라"…조폭들 엇나간 충성심 '위증사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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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에게 업무방해를 지시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조직폭력배 3명이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이들이 말하는 형님 A씨는 여자 친구의 의류판매 독점권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업자의 영업을 방해하도록 이들 3명에게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그러자 형님을 보호하겠다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검찰 재수사로 조직폭력배들의 그릇된 충성은 모두 들통이 났다.

"환자 진료기록부는 조작된 게 아닙니다." 한 정신과 전문의가 법정에서 말했다. 정신병원 원장 A씨가 환자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되자, 선배 챙기기에 후배 의사가 나선 것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강제로 환자들의 몸을 묶어 격리하고 입원 연장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강제로 입원을 시켰지만 이런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제대로 담지 않았다.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후배 의사를 시켜 조작했고 법정에서 위증까지 하도록 교사했다.

대구지검은 29일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 간 대구·경북지역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위증사범 62명을 적발해 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술로 인해 생긴 사건에 위증사범이 유독 많았다.

음주단속을 피해 도망치다가 경찰관을 차로 친 운전자. 이 운전자를 대신해 자수한 친구, 고등학생에게 술을 팔고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옆에 있던 고등학생에게 "(당시 가게에서 친구가) 성인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 술집 주인 등이다.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붙잡히자 지인에게 "(내가) 필로폰을 탄 소주인 줄 모르고 마셨다고 가짜 증언을 해라"고 시키고 이를 따른 위증사범, 불법 게임장 업주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면하려고 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김영대 대구지검 1차장 검사는 "위증은 친구나 가족, 이웃 간의 '정' 때문에 이뤄진다"며 "그러나 법정에서 이 정 때문에 모두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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