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초읽기 착각” 154수 만에 시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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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짧은 대국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얄팍하지 않았다. 두 바둑 전설의 대국은 처음부터 공방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조훈현 9단은 대국 초반 실리에서 손해를 보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어느 정도 성공하며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상변 전투에서 실착을 두면서 다시 조치훈 9단 쪽으로 형세가 기울었다. 130수 언저리부터는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치훈 9단이 40초 초읽기를 넘겨 154수 만에 시간패했다.

 한국기원의 바둑 규정상 대국자는 초읽기를 하는 계시원이 마지막 ‘열’을 말하기 전에 돌을 놓아야 한다. 39초 이내에 착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치훈 9단은 계시원의 ‘열’ 소리와 동시에 돌을 놔 시간패했다.

 끝까지 갔더라면 승부는 어떻게 됐을까.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워낙 난전이어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동해설을 한 최명훈 9단은 “흑이 좀 유리했을 것”이라고 점쳤다.

 두 기사는 평소와 다른 기풍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조훈현 9단은 ‘제비’라는 별명에 걸맞은 빠른 행마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치훈 9단은 평소 공격보다 타개에 능한 기풍인데 이번 대국에서는 과감한 공격을 펼쳐 판세를 주도했다.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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