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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폐차 직전 버스로 달리는 아찔한 수학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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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실상을 경험했다. 돈에 눈먼 업자의 탐욕이 빚은 비극을 목격하며 배려와 절제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어린 학생과 젊은 세대들을 위한 안전을 다짐하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을 청산돼야 할 적폐(積弊)로 규정했다. 경찰이 최근 적발한 버스업체들의 불법 행위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오래된 버스의 자동차등록증에서 차량 연식을 오려 붙이는 방법 등으로 관련 문서를 변조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운수업체 25곳과 회사 임직원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운수업체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시내 100여 개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에 출고된 지 5년이 지난 버스를 5년 이내 차량으로 둔갑시켜 300여 차례 운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에 수학여행을 실시한 600여 곳의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이 같은 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수학여행용 버스를 운행하기 위해선 조달청의 입찰에 참가해야 한다. 입찰 대상은 버스 연식이 5년 이내여야 한다. 5년이 지났을 경우 6개월마다 받은 종합검사점검표를 제출해야 한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체들은 수요가 급증하는 수학여행과 행락철 때 2001~2007년식 버스의 자동차등록증을 5년 이내에 출고된 것처럼 위조했다. 새 차의 차량등록증에 노후 버스의 차량번호를 넣거나, 새 차의 버스 연식, 등록 일자 등을 오래된 버스의 등록증에 붙이는 고전적 방법을 사용했다. 제주도의 한 업체는 11년 된 폐차 직전의 버스를 수학여행에 동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아찔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4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냈던 참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휴가철을 맞아 정부 당국은 안전을 저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가차 없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