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김승연 사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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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6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이 “국민화합ㆍ국가이익 차원에서 기업인도 응당 사면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15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박 회장은 지난 22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면에 대해 “일반 국민에 대해 국민화합ㆍ국가이익 목적으로 사면을 검토한다면 기업인이라고 해서 빠지면 역차별”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최태원(55) SK그룹 회장과 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 등 구체적인 기업인 이름도 꺼냈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13년 1월 말부터 복역 중이다. 김 회장은 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지난해 말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은 “이들 기업인들이 다시 모범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대열에 동참하게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최근 삼성그룹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대결에 대해선 “이윤추구와 시세차익 목적 등으로 공격하는 헤지펀드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며 “경영권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을 매입한 뒤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벌였으나 패배했다. 다만 박 회장은 “ 우리 기업들도 공격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자정 노력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대기업 등의 비과세ㆍ세금감면 등을 줄여 세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이번 정부에서 비과세ㆍ감면을 줄인 걸로 세금이 32조원 더 걷힌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혜택을 많이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세수가 모자라다며 법인세 인상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정부 입장에선 이보다는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은 아직 2년 정도 남았다”며 “규제개혁과 서비스산업 발전, 노동의 선진화 같은 국가 어젠다들이 단기 이슈에 매몰되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물론 정부ㆍ사회 전체가 일관 되게 이를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전국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먼저 두산그룹의 창원 혁신센터 사례를 소개했다. 지금까지 기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전문가들 모임을 6번 정도 주선했더니 80여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 중 20개를 뽑아서 과제로 추진한다”며 “그렇게 단추를 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노베이션(혁신)’ 없으면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다른 방법이 없다”며 “창조경제로 이름 붙이든 아니건, 이종산업 간의 협업과 컨버전스(융합) 등을 지금 시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뻗어나갈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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