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식 해법이 북핵에 통하기 어려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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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13년 만에 핵협상을 지난 13일(현지시간) 타결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지금까지 받았던 경제체제를 풀기로 합의했다.

2002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장기간 갈등해 왔던 이란은 어떻게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했을까.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물러나고 2013년 8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이란의 대외 정책이 많이 달라졌다. 이란은 경제 제재의 원인이었던 핵문제를 다시 국제사회와 논의하려 했고 성과를 거뒀다.

이란 핵협상 성공 소식은 한국에서 북핵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협상 태도를 북한이 취하길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이란과 국경을 맞댄 터키 이디르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초 터키로 피신 온 이란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 아는 이란인이 많다. 2004년 이란에 직접 가본 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경험에서 볼 때 북한과 이란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북한 정권이 느끼는 체제 불안감과 이란이 느끼는 걱정은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의 이란 체제는 1979년 시아파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들어섰다.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얻었다. 이란에는 다양한 정치 세력이 있고, 공개적으로 경쟁한다. 이란에서 시아파 교리에 어긋나지 않고, 종교 지도자를 공격하지 않으면 정치 투쟁도 할 수 있다.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진화론과 무신론 관련 서적들이 이란어로 번역돼 팔리고 있다. 체제 정통성이 있다 보니 이란에서 핵은 체제 보증서가 아니다.

북한의 경우 특수한 사회·정치 권력 구조가 존재한다. 북한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 달리 김씨 세습 정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김씨 정권을 지키는 '체제 보증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제재와 봉쇄가 이란과 북한에 준 효과도 다르다. 아랍인과 달리 아리안족인 이란인은 유럽 민족들과 뿌리가 같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란인들은 국제 무대에 복귀할 기회를 계속 찾아왔다. 이와달리 폐쇄적인 북한 정권은 조선 왕조 시절부터 몇백 년 동안 외부와 접촉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온 것 같다. 지금 북한 권력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또 하나, 이란과 북한에 제시된 당근도 차이가 난다. 이번 핵 협상 이후 경제제재가 풀리면 무역 정상화로 이란은 석유를 수출해 막대한 달러 수입이 생긴다. 반면 이란과 경제 구조가 다른 북한은 경제 제재가 풀려도 이란이 얻는 것 같은 큰 당근이 없다.

북한은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숨 쉴 구멍은 있다. 경제제재가 풀린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빵을 선택하는'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북한과 협상해 북한을 국제 무대로 끌어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란과 북한을 너무 단순 비교하는 대북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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