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공동위 합의 없이 종료…차기 회담 날짜도 못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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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이 13개월만에 얼굴을 맞댄 16일 개성공단 공동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 없이 끝났다. 남북대표단은 차기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이상민 남측 대표단장은 17일 00시24분 개성에서 남측 취재단을 대상 브리핑에서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 등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에 대해 북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아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약 1년 반만에 남북공동위가 재개돼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자평했다. 남측 대표단은 16일 오전에 전체회의 한 번, 오후에 수석대표 접촉을 4번 가졌지만 오후11시45분 경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브리핑에서 차기 7차 남북공동위 시점과 관련 “우리는 하루속히 희의를 열어 논의 계속하자 제안했지만 북측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구체적 일자에 합의 못하고 회의를 종료했다”며 “구체적인 날짜, 편리한 날짜를 유연하게 북측에 요구했지만 북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문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일방적으로 요구해온 최저임금 5.18% 인상문제다. 이 단장은 “우리는 임금 문제는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차원에서 합리적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당면 임금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얘기했다”며 “그러나 북쪽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또 “개성공단 기본정신은 남북간 협의로 공동 운영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임금뿐 아니라 3통 문제에 대해 이 단장은 “북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으며 남측에 책임을 전가했다”며 “5ㆍ24 제재 조치 등을 거론하며 3통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것도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첫번째 회의를 시작하며 남측 이상민 대표는 북측 가뭄이 단비로 해소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오늘 회의가 메마른 남북관계에 단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북측 박철수 대표도 “시작부터 얘기가 잘 된다”고 호응했다. 48분간 진행된 첫번째 회의 후 통일부 당국자는 “분위기는 딱딱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양측 대표가 2시45분~3시45분, 5시~5시43분, 7시24분~8시16분, 8시55분~9시45분에 걸쳐 네 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하면서 분위기는 기대했던대로 풀리지 않았다. 회의 중간중간 양측 본부의 지시를 받고 다음 회담 전략을 짜는 시간도 길어졌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황부기 차관 등은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 현장을 중계로 지켜봤다.

한편 회담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인근에서 남측 취재단은 휴식 중이던 북측 근로자들을 만나 남측 취재단이 “핵 개발이 남쪽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북한 근로자들은 “북쪽에 핵이 없었으면 벌써 한반도가 전쟁의 참화에 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쪽에는 핵무기 많이 갖다놓고 북쪽에만 핵개발 하지 말라면 되느냐”고 했다. 남측 취재단이 “남쪽엔 핵무기 다 철수했다”고 하자 이들은 “가서 직접 조사해본 적이 있느냐”며 의심을 풀지 않았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근무 중 잠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다 질문을 받았다. 남측 취재단의 접근에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근로자들은 남북 당국의 현안이었던 북측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5.18%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질문에 답했다. 북측 근로자들은 “여기(개성공단)가 세계에서 임금이 가장 낮은 곳”이라며 “10년 전 (월)50달러로 시작해서 지금 70달러다. 남조선 근무자들은 한 달에 3000달러씩 받지 않나. 남조선 노동자가 하루만 일해도 북한 노동자 한달 월급을 받는 거 아니냐. 대체 몇 배 차이냐”고 했다.

이외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보니) 남쪽 사람들도 (남쪽) 정권 안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거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물은데 대해 5ㆍ24조치 해제 관련해선 “그건(천안함은) 우리 국방위 검열단을 받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남측 취재단은 북측 취재진과도 만났다. 남측에서 이날 회담 성공 여부를 묻자 북측 취재진은 “우리 쪽에선 다 해주려고 하는데 남측에서 옳지 않게 나오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북측 취재진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현황을 물으며 궁금해했다.

개성 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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