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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과거사를 돈벌이에 이용한 민변 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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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과거사 관련 각종 진상규명 위원회 출신 변호사들이 재직 시 취급했던 사건을 퇴직 뒤에 수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준곤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고 4명의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검찰이 수임 비리 수사에 착수하자 민변을 탈퇴했다. 차관급인 과거사위 상임위원을 지낸 김 변호사는 자신이 취급했던 15건의 사건과 관련된 소송을 수임해 24억7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검사들이 재직 시 맡았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뒤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김형태 변호사는 의문사위원회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취급한 뒤 다시 이 사건을 수임, 5억4000여만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재일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군 의문사 사건을 각각 위원회에서 취급했던 변호사들도 불구속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5명의 변호사를 징계해 달라고 변협에 요구했다.

 민변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과잉 수사’라고 반발했다. 과거사 사건 관련 피해자 가족들이 수임을 의뢰해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진 소송이라는 주장이다. 가족들을 위해 사건을 맡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신들의 경력을 이용해 4000억원대의 소송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수천만~수십억원을 받은 행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공익소송이라면 평균 수임료보다 적은 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리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민변의 도덕성에 흠집이 난 것은 사실이다. 민변은 사건의 경위를 따지기 이전에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민변의 실추된 위상을 살리기 위해선 자신들의 주장만이 정의고 진리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