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간 손상’ 속설 근거없다 … 간 기능 오히려 좋아지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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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손상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잠실 자생한방병원 신민식 병원장은 “한약이 간 기능을 저해한다는 속설은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에서 비롯됐다”며 “민간요법은 대부분 효능과 안정성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간에 좋다’고 알려진 헛개나무나 민들레, 칡뿌리조차도 한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은 이를 뒷받침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약과 간 손상은 인과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부에서 한약 복용 후 간 기능이 개선됐다는 내용이다.

자생한방병원은 2005∼2013년 근골격계 질환으로 내원해 한약을 복용한 환자 6894명을 추적·관찰했다. 이들의 치료 전후 간수치를 비교한 결과, 77.6%인 5350명이 간 기능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특히 한방 치료를 받기 전 간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던 354명 중 254명은 오히려 간 기능이 회복됐다. 이 가운데 82명은 간 기능이 완전 정상으로 돌아왔다. 전체 환자 6894명 가운데 94.6%인 6522명이 간 기능을 회복하거나 유지한 것이다.

한방에서는 손상된 간을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으로 다스린다. 신 병원장은 “간은 약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술·담배, 기저질환에 의해 쉽게 나빠진다”며 “생간건비탕은 지방간 같은 원인 증상을 없애 간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 주기적인 간기능 검사로 간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 손상이 황달과 같은 신체변화로 나타날 정도면 적어도 간 수치가 10~30배는 올라간 상황”이라며 “주기적인 검사로 간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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