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백배 늘어난 사이버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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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가 최근 5년 사이 5백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이 어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 1백21건에 불과하던 사이버 범죄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6만여건으로 급증했다.

범죄의 유형도 음란물 배포 등 고전적(?) 형태에 그치지 않고 명예훼손.전자상거래 사기.스토킹은 물론 해킹.바이러스 유포.서비스 거부공격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악용한 신종 범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과 업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은 데 수반된 부작용이다. 사이버 범죄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라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사이버 범죄는 일반 범죄와는 달리 방대한 양의 자료를 짧은 시간에 옮길 수 있는 데다(즉시성), 국경 개념이 없으며(개방성),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익명성), 데이터도 비물질적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해가 대량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은 지난 1월 발생한 '인터넷 대란'때 극명하게 보여줬다.

쓰레기(스팸) 메일의 폐해도 심각하다. 낯뜨거운 내용의 성인용 e-메일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져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키로 하는 한편 청소년 전용인 '주니어 e-메일'계정 서비스를 널리 보급하고 여기에 쓰레기 메일을 전송할 경우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사이버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유럽의 경우처럼 국경을 뛰어넘어 관련 법규정을 표준화하는 등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6백여명에 불과한 경찰의 사이버 범죄 수사 인력의 증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이 앞장서 '클린 인터넷'운동에 나설 때 사이버 범죄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