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훈춘에 제2 개성공단 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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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단둥이나 훈춘 등에 남북 경제협력지원센터와 한국중소기업 전용공단을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재호 중소기업연구원 통일경제연구센터장과 김상훈 책임연구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2015년 7월호)에 실린 ‘남·북·중 3각 협력 사업의 모색’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남북한과 중국 간 3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한국 정부가 내린 5·24 대북 제재 조치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통한 우회적인 남북 경협을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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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센터장은 3각 협력이 기본적으로 북한 경제의 회복을 위한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도록 하는 한편, 한국과 중국 기업에도 이익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를 위해 북한 신의주와 마주하는 단둥 지역 등에 위탁가공사업을 지원할 ‘경제협력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이 지역에선 조선족이나 중국 사업가들이 원자재를 북한 측에 넘겨주고 수공예품 등 가공품을 받아오는 위탁가공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사업가나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지원센터를 만들어 남북한과 중국의 사업 담당자들이 제품 디자인이나 생산·판매 문제를 협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런 위탁가공사업은 북한 내 생산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 측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 센터장은 “경협센터가 북한산 수공예품 등 위탁가공 상품의 상설 전시장 역할을 할 수 있고 세계 각국의 바이어와 접촉할 수 있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둘째 방안은 개성공단과 같은 한국중소기업 전용공단 설립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기 원하는 지역은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구지만 대북 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와 유엔 제재 등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나진·선봉과 가까운 중국 훈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이 지역은 이미 나진·선봉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고 중국 측에서도 이미 한국기업 전용공단을 위한 기반 조성을 마친 상태다. 이미 포스코 등이 훈춘 지역에서 물류단지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이 공단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북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훈춘의 중국 기업들이 600여 명의 북한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데 임금 수준은 월 1200~1400위안(약 20만~23만원)이다. 이 센터장은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북한 인력을 고용할 경우 북한 측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인력 고용 문제는 중국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북한 근로자에 대한 기술교육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북한이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평양에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을 통해 교육사업을 확대하되 여의치 않다면 중국의 연변에 있는 연변과학기술대학(YUST)을 중심으로 북한 인력에 대한 교육사업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센터장은 “중소기업은 지난 시기에 남북 경협을 꾸준히 이끌어온 주체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이 속한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청 산하 공공기관이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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