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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방산비리,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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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일 방위사업혁신 워크숍에서 비리 척결을 주문하는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사진 해군]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9일 오전 서울 대방동 해군호텔. 해군본부가 마련한 워크숍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방위산업의 기본은 투명성이고, 그 바탕 위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는 기자에게 “오늘 워크숍은 해군의 무기 도입 문제를 전반적으로 진단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워크숍에선 함정을 도입할 때 비리를 없애고, 성능 좋은 무기를 들여오기 위해선 함정획득사업의 근본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함정 건조 현장, 즉 조선소에서부터 해군이 기술관리를 하고, 함정획득사업 업무 체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처럼 방위사업청에서 함정 건조 업체를 정하고, 건조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제작이 끝난 뒤 해군에 넘겨줘서는 비리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감이 가는 면도 있지만 그간의 방위사업 비리 소식을 접한 국민에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함으로 대표되는 방위사업 비리를 저지른 건 해군인데 비리의 책임을 방위사업청에 미루는 듯 들릴 수도 있다.

 어느 나라든 무기 구매에 있어선 ‘적기에(sooner), 성능이 좋은 무기체계를(better), 경제적으로(cheaper)’ 사는 걸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수사의 도화선이 된 통영함은 모든 게 반대였다. 1년 이상 구매 시기가 늦어졌고, 어군탐지기 수준의 음파탐지기를, 첨단기기보다 더 비싼 값에 장착했다.

 그런 통영함 비리 이후 해군은 ▶시험평가 조직 보강 ▶비리척결 결의대회 ▶해군-방산업체 간 청렴 워크숍 개최 등 명예해군(해군 명예회복)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워크숍도 그 일환이다. 정 총장은 “해군이 당면한 핵심과업은 방산비리를 일소하고, 조기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명예롭게 해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매진하는 것”이라며 “이는 엄중한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비리를 막기 위해선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이날 워크숍 축사를 위해 행사장을 방문한 기무사령관(예비역 중장) 출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기자와 만나서 한 말을 전해주고 싶다.

 “숨어서 작심하고 저지르는 비리는 찾아내기 정말 어렵다. 최근 잇딴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건 제도가 미비해서가 아니다. 후배군인들의 사명감과 군인정신이 사라져서다. 정말 걱정이다.”

 미국은 어떻게 함정을 획득하는지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인다움을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선배 장성의 쓴소리를 해군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