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 20년 전 죽은 아들이 보낸 편지 보니…

중앙일보

입력

20년 전 죽은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생전에 사이가 틀어져 왕래도 적었던 아들이다.

새로 개봉한 공포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87세 노인 듀안 슈록 시니어가 죽은 아들이 보낸 편지를 26년 만에 받았다고 ABC 방송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사는 슈록은 지난달 깜짝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20년 전 사망한 아들이었다. 아들이 1989년에 아버지의 날을 기념하며 보낸 축하카드였다. 그가 이사를 많이 다니는 바람에 편지가 계속 반송되다가 26년만에 제 주인을 찾았다.

편지엔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한동안 서로 연락이 드물었네요. 저는 리치몬드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 소식이 궁금하네요. 아버지의 날 축하 드려요. 사랑하는 아들 듀안'이라 적혀있었다.

부자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아들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듀안은 아들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생전 아들에게 “널 천국에서 보고 싶으니까 하나님과 화해하라”고 말했다. 결국 부자 관계는 아들이 사망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아들은 에이즈를 앓다가 1995년 4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편지가 도착한 건 아버지의 날(6월 셋째 주 일요일)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듀안은 “이 편지가 아들이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편 시스템에 신뢰를 회복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난 26년 간 편지를 계속 배달한 우체국 관계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유경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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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편지를 읽는 듀안 슈록 [사진 ABC방송]
아들의 편지 [사진 ABC방송]

[사진 ABC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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