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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자궁 건강 위협하는 HPV,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 접종으로 안전하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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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

며칠 전 인터넷 질문 게시판에서 대학생 딸을 둔 어머니의 상담 내용을 보게 됐다. 뉴스에서 HPV 백신 내용을 보고 딸에게 물어보니 딸의 동급생 친구들 모두 HPV 백신 접종을 받은 걸 알게 됐다며 접종 가격이 다소 부담되지만, 그래도 딸에게 HPV접종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성암 중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흔한 암인 자궁경부암은 질에서 자궁까지 연결되는 자궁의 입구 부분에 생기는 종양으로 국내에서만 1년에 약 1,000여명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는 성 생활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누구나 감염에 노출돼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고 산부인과에서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HPV백신 접종이라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첫 성경험 연령이 빨라짐에 따라 젊은 여성들은 HPV감염에 쉽게 노출돼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HPV감염률이 전 연령대 중 18~29세에서 약 5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2030 젊은 세대의 자궁경부암 발병률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HPV감염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자궁경부암은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어 환자 중 상당수가 암의 진행 여부를 쉽게 눈치채지 못 할 수 있고, 출혈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아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손 쓰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또 법정지정감염병인 생식기 사마귀 역시 HPV감염으로 발생하는데 치료가 어렵고 재발 비율도 높아 환자에게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안겨 줄 수 있다. 특히 최근 질병관리본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식기사마귀 환자가 10년 새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HPV로 인한 질환을 치료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및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비교해 봤을 때 백신으로 미리 질병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백신 접종을 할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 예방효과와 지속성일 텐데, 최근 발표된 임상 연구에 따르면 4가 HPV백신의 경우, 예방 효과가 10년간 100%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안전성과 면역원성 또한 입증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접종해도 괜찮다. 참고로 이미 HPV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재감염이나 다른 유형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국가백신프로그램(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을 통해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 나서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HPV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HPV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반드시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감염질환이다. HPV백신 접종은 가장 확실하면서 간편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긍정적으로 고려해도 좋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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