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만큼 빛났다, 양학선의 부상 투혼

중앙일보

입력 2015.07.06 00:11

업데이트 2015.07.0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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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른 허벅지를 다친 양학선이 목발에 의지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광주=뉴시스]

“근육이 찢어졌다고 해도 주사를 맞고 뛰겠습니다.”

 5일 전남대병원을 찾은 양학선(23·수원시청)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양학선의 오른 허벅지 자기공명영상(MRI)을 살펴본 담당의사는 “선수 생명을 끝내고 싶은가. 더 이상 출전하면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들도 양학선을 말렸다.

 의사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난 뒤에야 양학선은 고집을 꺾었다. 동행했던 작은아버지이자 소속사 YB스포츠 대표 양부권씨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에는 양학선을 대신해 도마 조영광(경희대)과 평행봉 이준호(한국체대)가 출전했다.

 지난 4일 양학선은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마루 종목 연기 중 허벅지 통증으로 쓰러졌다. 도움닫기를 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그는 마루를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른 뒤 무대로 돌아왔다. 한 발을 떼는 순간 통증은 더 심해져 기권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부상 같았다. 그러나 잠시 뒤 양학선은 링 연기를 위해 허벅지에 테이프를 친친 감은 채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식은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양학선은 이를 악물고 연기를 끝까지 마쳤다. 양학선은 “주변에서 포기하라고 했지만 이건 개인종목이 아니라 팀 경기다. 게다가 난 주장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투혼의 결과는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 파열이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를 괴롭혔던 그 부위였다. 양학선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에게 “주장 역할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양부권씨는 “고향 광주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학선이가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던 2012 런던올림픽 때보다 더 많이 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체중-광주체고를 졸업한 양학선은 대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3일 개회식에서 ‘야구 영웅’ 박찬호(42)와 함께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섰다. ‘광주의 아들’ 양학선이 이번 대회에서 느끼는 책임감이 컸다.

 성공 확률이 높은 ‘여2’ 등 기존 기술만으로도 양학선은 가볍게 도마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러나 고향 팬 앞에서 ‘양학선’, ‘양학선2’ 등 최고난도 기술을 선보이고 싶어 했다. 5월 U대회 선발전에서도 1차시기 ‘양학선’, 2차시기 ‘양학선2’를 차례로 구사했다.

 양학선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또 부상을 입을까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당당히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박훈기 선수단 의무임원은 “근육 한 갈래가 찢어졌지만 부상이 크지 않다. 3주 정도 쉬고 2개월 정도 재활훈련을 하면 경기에 뛸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맏형에 부재는 선수들을 자극시켰다. 양학선이 결장한 한국 남자 체조대표팀은 이날 131.55점을 획득해 최종합계 258.550점으로 일본(266.000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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