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과 만찬 네티즌 논란] "하필 盧대통령 방문하는 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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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현충일인 6일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하고, 이날 일본 국회가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순국 선열을 기리는 날 盧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 내외를 예방하고 만찬을 함께한 데다 일본 도착 1시간 전 전후(戰後) 일본의 안보 관련 최대 숙원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충일 방일에 대해선 "과거의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말자"고 강조한다. 盧대통령도 출국 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현충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데 대해 많은 분이 우려하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의 족쇄에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의 현충일 방일은 방미(5월)에 이은 조기 방일을 추진하면서 결정됐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북한 핵 문제로 주변국과의 공조가 시급해 6월 중 실무 방문을 추진했으나 일본 측이 국빈 방문과 함께 6월 6~9일의 일정을 제시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1년 전에 스케줄이 결정되는 일왕의 일정도 일부 조정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유럽순방 계획도 단축됐다고 한다.

외교부는 당초 현충일 방일에 대한 반발 여론을 고려해 6월 9일에 실무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청와대에서 '6일 국빈 방문'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첫 방일은 거의 국빈 방문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국빈방문을 고수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현충일 방일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고, 네티즌 사이에서도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국회가 이날 유사법제를 통과시키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국회는 당초 6일 또는 9일을 유사법제 표결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일엔 盧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돼 있어 6일을 법안 처리일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파장을 우려해 외교 채널을 통해 이 법안 처리가 방일 기간 중에 이뤄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타진했으나 일본 정부는 국회 의사 일정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기국회 일정이 이달 18일까지로 돼 있어 다른 날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것이다. 일본 국회가 盧대통령 도착 직전 법안을 처리한 것은 도착 후에 할 경우보다 파장이 작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오영환.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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