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군정 21연의 종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랜 군사독재 밑에 있던 브라질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민간정부가 구성된것은 군부 통치하에 있는 많은 제3세계 국가들에 정치발전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것이다.
군사정권은 대부부 독재적 호전적이고 그 때문에 대외 전쟁에서의 패배를 겪고서야 붕괴되는것이 역사의 관례였다. 제2차대전 패배로 해체된 일본의 군국주의를 포함하여 인-파전쟁후 종식된 파키스탄의 군사정부, 터키와의 키드로스전쟁에서 패배한후 물러난 그리스군사정부, 영국과의 포클랜드전쟁 패배후 물러난 아르헨티나 군사정부의 붕괴가 이를 입증한다.
브라질의 경우 64년 30억달러의 외채와 연간 92%의 인플레로 인한 국내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명분하에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했다.
그 후 브라질은 군부가 차례로 5명의 장성을 대통령으로 추대하여 엄격한 권위주의적 통치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군부통치 21년간 외채는 1천억달러가 넘어 세계 제1의 채무국가가 됐고 연2백% 이상의 인플레, 40%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외채와 실업과 인플레에서 국가를 건져내겠다는 명분에 집권한 브라질 군사정부가 같은 명분하에 퇴진케 된것은 정치의 아이러니다. 「프리드먼」은 이미 5년전에 그의 베스트셀러『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에서 연간 1백%가 넘는 인플레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등 남미3국에 군사정권을 출현시켰으나 그들의 경제관리 실패로 붕괴될수 밖에 없다고 예언한바 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부가 82년 영국과의 포클랜드분쟁을 일으켰던것은 경제난을 타개할 능력이 없어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전환시키기위한 것이었다.
칠레군사정부도 경제난과 정치적탄압으로 지금 국민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마지막 군출신대통령인 「피게이레도」가 스스로 군부통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정복귀의 결단을 내림으로써 군인집권의 비극적 결말을 면할수 있었다.
여기에는 군부통치에 싫증을 느낀 여당내 민간정치인들의 「애국적 배반」이 크게 작용했다.
남미의 경우 군정으로부터 민정으로의 권력 이전은 하나의 대세로 정착돼가고 있다.
군부통치하에 있던 남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군부통치를 지원해온 미국의 개입을 비판하는「종속이론」을 개발해왔고 군사정권 자체를 비판하는 권위주의 연구에도 앞장서 왔다.
지금의 남미 정치학계는 군부통치로부터 민정으로의 복귀방안을 연구하는 탈권위주의 (Post-Autho-ritarianism))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학문적 배경이 군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인한 정치경제 사회적 혼란으로 나타난 현실과 접합되어 라틴 아메리가의 군사정권은 지금 크게 동요되고 있어 제2의 브라질은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이같은 경향은 같은 체제하에 있는 다른 지역의 제3세계로 확대될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